원래는 완전 필요한 것을 적는 체크리스트의 용도로만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나눈 재미있는 대화를 적기도 하고, 기록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부터는 ‘무언가에 대한 감상’ 따위를 적어 내려가기도 한다.
예전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 이런 활동을 했지, 이런 걸 좋아했지 싶은 추억들이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540개의 메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랑이 가득 담긴 메모들이다. 엄마는 복조리 가방을 좋아한다. @@커피 브랜드를 좋아한다. 엄마 지갑 사줄까? 같은 것들.
이제는 알아볼 수 없는 그림 메모도 있다. 친구들과 수업 시간 몰래 주고받던 필담과 정체불명의 손그림들. 잘 지내니? 너희와의 추억을 메모장에 고이 간직하고 있단다. 물론 알아볼 순 없지만 여전히 너희를 기억해.
첫눈에 반하듯 빠져들었던 노래와 가수들의 이름이 적혀있기도 하다. 너무 벅찬 나머지 기록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남겨 두었던 기억이 난다.
몸을 갈아 넣으며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도 눈에 들어온다.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해 애썼던 노력이 눈에 선하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그때.
메모를 올리다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굳게 다짐했던 목표가 계속해서 바뀌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여행을 위한 저축 계획 같은 것들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나 보다. 자꾸만 메모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
그 밖에도 발표 전날 떨리는 마음이 담긴 메모,
기나긴 여행 동안 느낀 점을 적어둔 메모,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를 모두 기록한 메모,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 하는 중 떠오른 아이디어들과 재미있는 말들이 담긴 메모.
아 참. 찬빛의 지원 동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메모라는 건 커다란 의미나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만, 훗날 되돌아볼 때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생각들과 그 시절 나의 관심사, 수많은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어 참 좋다.
사실 지금 이 레터도 메모장에 적고 있다.
메모 하나하나에 내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가끔은 당신의 메모장에 어떤 인생이 담겨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꽤나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