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쨍쨍한 여름 해를 먹구름이 가리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축축한 물기가 온몸을 감쌉니다.
여름의 이면을 바라보는 일은 그다지 달갑지 않지만,
목청껏 울어 대는 개구리와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모습을 볼 때면
습한 날씨 속 의외의 기쁨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마음도 나름대로 기댈 구석을 찾아 가는 것이겠지요.
님은 눅눅한 이 여름을, 어떤 구석에 기대어 지나고 있나요?
흰동가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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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못
푹푹 찌는 무더위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흐르는 땀방울도,
피부에 도장을 꾸욱 남기는 따가운 햇빛도
내쉬는 숨보다 뜨거운 들숨도 아무렴 조금은 괜찮습니다.
무더위를 물리치러 떠나는 피서,
왠지 두근거리는 여름 방학,
달콤한 수박, 복숭아, 자두도,
첨벙첨벙 물놀이,
장대비 소리를 배경음 삼아 잠드는 낮잠도,
모든 이파리가 짙게 푸르러지는 것도,
그 빛을 따라 바닥에 선명하게 남는 빛 구멍,
더위를 핑계로 맘껏 먹는 아이스크림, 콩국수, 냉면, 빙수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여름을 사랑할 무수한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아주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습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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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라 40도를 넘나드는 사막에서는 꽤 끄떡없어도 아가미를 달고 싶어지는 축축한 한국의 여름에는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맙니다.
저에게는 요모조모 습도계가 내장되어 있는데요. 하나는, 피부입니다. 님도 그러신가요? 습한 날 살갗을 보면 피부에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혀있습니다. 땀이 아니라, 피부에 물기가 여려요. 아무래도 제 피부가 물먹는 하마처럼 공기 중의 물방울들을 맘껏 끌어당기는 것 같아요. 집 밖을 나설 때 촉촉해진 팔을 슥슥 문지르며 오늘의 습도를 예측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곱슬곱슬한 앞머리입니다. 저는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중 특히 앞머리가 곱슬거리는데요. 슬슬 띠용거리며 구부러지는 앞머리를 보며 오늘 비가 오려나... 하곤 해요. 아주 높은 확률로 적중한답니다.
이런 탓일까요. 저는 습한 날씨를 유독 힘들어해요. 냉장고 속 두부처럼 시원한 물에 몸을 눕히고 싶고, 강아지처럼 혓바닥을 내밀어서라도 체온을 조절하고 싶어집니다. 여름에는 축축한 몸을 따라 마음도 쉽게 눅눅해져 버리는 것 같아요. 모든 물방울이 내 발걸음에 매달린 듯 축 늘어지고, 빨리 지쳐버려요. 대신에 여름은 핑계를 대기 좋은 계절입니다. 원래라면 자책했을 많은 것들을 잔뜩 습한 이 여름 때문이라고 해버릴 수 있어요. 이글거리는 땅바닥에 녹아내리는 고무 슬리퍼처럼 걸음마다 눌어붙은 미련도 ‘여름이니까!’라는 명쾌한 한마디에 묻어서 흘려보내고, 찝찝하고 무더운 여름을 탓할 수 있어요. 뜨거운 햇볕으로 소독하고, 장대비로 지구를 씻어내릴 때, 우리의 핑계도 슬쩍 넣어버리면 되죠. 만물을 길러내는 여름은 우리의 핑계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줄 너그러운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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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여름에 상쾌함을 더하는 법들을 소개해 드리며 이만 마칠게요!
🚲자전거 타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요즘입니다. 페달을 밟아 바람을 가를 때면, 습한 공기를 뚫고 상쾌함만이 불어옵니다. 습해서 짜증 나고 찝찝해도, 자전거를 탈 때면 이 대비감도 여름의 특권이구나 싶어져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읽고 보기
서늘하고 무서운 이야기도, 뜨거운 한여름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글과 영상으로 빚어낸 여름은 이 여름의 더위를 미화하기 좋으니까요!
🍵얼음 가득 민트티 마시기
목구멍까지 시원해지는 민트티를 얼음 가득 띄워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차를 진하게 우리고, 아이스티를 섞어 마시는 것도 좋답니다.
메마르기 쉬운 계절을 기다리며 한껏 축축해지기도 해보고, 몸도 마음도 보송보송 잘 말려주며 이 여름도 잘 나봅시다. 또 다른 여름날에 다시 찾아뵐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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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사랑으로-
여름, 강렬한 햇살과 오렌지빛 밝은 세상이 떠오르는 계절
그러나 내게 남아 있는 여름의 온도는 그보다 한참 낮아 차갑게도 느껴진다.
세상 소음을 다 삼켜버릴 듯한 고요함과 낮게 내려앉은 흐린 하늘. 나의 여름은 대개 그런 색채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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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 내리는 오후 5시의 덕수궁 돌담길
평소의 따스한 느낌과는 다르게 안개가 자욱해 어딘가 가라앉은 고요한 궁. 장대비가 쏟아지는 탓에 발길이 끊긴 덕수궁은 오히려 그 덕에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내보였다. 나와 j는 빗소리와 함께 한적한 돌담길을 걸으며 겨울 노래 가사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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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더 운치 있는 궁.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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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에 가까워진 시각, 종로 어딘가
비를 가득 머금어 음습한 초록빛 세상이 떠오른다. 평소보다 진해진 색감의 능소화에 발걸음을 멈추었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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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숨어버려 사진이 잘 나올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반신반의하며 누른 셔터에 23년 8월 12일의 그림 같았던 능소화가 맺혔다.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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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뒤 찾은 사찰
아침 내내 이슬비가 내린 터라 산 전체가 짙은 초록으로 가득했다. 새소리를 배경음 삼아 꽤 오랫동안 산길을 걸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어 비 젖은 흙과 나무 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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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은 비와 함께한다
조금은 우중충하고 물기를 잔뜩 머금어 묵직하게 가라앉은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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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비 오는 날의 실내를 좋아한다.
부스스해진 곱슬머리와 습기를 머금어 무거워지는 옷감, 그리고 따라 같이 처지는 몸을 하고서도 집안에 들어앉아 비를 맞는다.
눅눅해져서는 평소보다 차갑게 감겨오는 이불의 감촉도, 선풍기를 타고 오는 서늘한 바람도 좋다.
불을 끄면 대낮에도 어둑한 실내, 빗소리가 끝없이 쏟아진다.
습기를 머금은 종이에 스치는 만년필은 폭신하게 내려앉고.
기타 줄이 녹슬까, 카메라가 망가질까, 이런저런 고민이 되어도 내리는 비를 어쩔 수가 없다.
베란다 창을 활짝 열고 들이치는 빗방울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닫혀있는 창을 두드리는 소리도 빠짐없이 좋다.
혼자 침대에 누워있자면 나도 녹아서 눅눅하게 이 방안을 채울 것만 같다.
우울한 생각에 가만히 침전한다.
여전히 어두운 방 안에 빗소리만 지워버린 듯 사라진다.
빗소리가 끊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매미 울음으로 동네가 가득하다.
비가 온 후의 외출을 좋아한다.
나뭇잎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면서도, 혹시 몰라 들고 온 우산이 걸리적대도 시원하고 촉촉한 공기가 후련하다.
눅눅한 후에 오는 햇빛이 기껍다.
한껏 눅눅해지자, 언제든 다시 마를 날이 올 테니 그냥 눅눅해지자.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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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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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여름을 보내는 이 시기,
여러분도 모쪼록 기운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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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강준 김다빈 박유영 최윤서
교정 김민경 이서현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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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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