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4월의 하순입니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옷깃을 팔랑거리고, 해 질 녘에는 쌀쌀한 공기 때문에 팔을 문지르게 되는 날씨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사진과 그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기에 앞서, 제 소개를 먼저 해 보려 합니다. 저는 이번 학기부터 활동을 시작한 신입 부원인데요. 최근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뷰파인더 속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두 달 동안 네 번의 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아직 필름을 감는 소리도 신기한 저에게 출사는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 출사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출사 전날 밤 유튜브를 뒤져가며 카메라를 공부하고, 첫 필름을 끼우고 (어떻게 끼우는지 몰라 무심코 길게 빼버렸다가 다시 넣는 법을 몰라 난감했습니다.) 설렘에 부풀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연남동. 제가 정신을 차린 곳은 청량리였습니다. 이 부끄러운 회고록을 읽는 분들 중에는 서울 지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죠. 정반대의 방향으로 버스를 탔다는 뜻입니다. 결국 저는 30분이나 약속에 늦고 말았습니다. 마음씨 착한 부원들은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입안에 남았던 쓴맛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출사가 끝나갈 때쯤, 한 부원이 저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출사 어떤 것 같아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나름 첫 출사인 데다 신입 부원이라 이래저래 많이 신경을 써 줬을 텐데, 조금이나마 기대에 미치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이미 입이 먼저 말을 내뱉고 있었습니다.
“신기해요. 저는 지금껏 한 번도 천천히 걸어 본 적이 없거든요. 목적지 없이 걸어 본 적도 없구요. 목적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방향만 보고 걸어왔어요. 카메라를 드니까 느낌이 달라지네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풍경을 살펴보고,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가, 이번엔 이쪽 길로 가 볼까 하며 방향을 틀어버리는 일도 저에게는 전부 처음 있는 일이에요. 오랜만에 쉬는 기분이네요.”
취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첫 번째로 이런 문장이 뜹니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그리고 그 아래엔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란 문장이 나옵니다. 저는 취미를 두 번째 뜻으로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려면, 어쩌면 조금은 느리게 걸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붙잡아 바라보고,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카메라를 들고 걷는 동안, 저는 그동안 놓치고 있던 풍경과 순간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건, 단순히 장면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살아보는 일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천천히 걸어보려 합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요!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