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가본 템플스테이에 대한 추억은 지금까지도 도통 잊히질 않는 기억 중 하나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도둑질을 했던 때거든요. 뭘 훔쳤냐면요, 떡을 훔쳤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성장기 소녀였던 저희는 고기반찬 없이 밥을 먹는 하루하루가 좀 고되었고, 언제나 늘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하루이틀이면 끝나는 짧은 템플스테이도 아니었고요. 그런 와중에 저희에게 마치 기적처럼 나타난 따뜻하고 쫀득한 갓 찐 떡은, 그야말로 저희를 바나나를 처음 먹는 기영이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부족했죠, 성장기 소녀들이었으니까요… 이때 시절 아이들은 뒤돌면 배고플 나이입니다, 정말로요.
그렇게 입맛을 아쉽게 다시며 돌아온 넓은 강당의 책장 사이에서 누군가가 놓고 간 떡을 발견했고, 저희는 빠르게 눈빛을 나눈 뒤에 모든 일정이 끝난 저녁에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면 저희가 슬쩍하기로 아주 비장하고 양심적이게(?),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럭키하게도 아무도 그 떡을 찾아가지 않았어요. 그 시간대쯤이 되자 저희는 약간… 배고픔에 정말로 넋이 나간 나머지… 아무래도 떡이 버려진 것 같고, 차라리 우리가 먹어 치우는 쪽이 좀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절에서는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고 배웠으니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구출해낸 떡을 옷 속에 숨겨둔 저희는, 감쪽같은 옷태를 키득거리며 바라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저희끼리 떡을 나눠 먹을 생각에 굉장히 들떠있었어요. 도둑질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죠, 압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그날 굳이 따지자면 루팡보다는 장발장이었어요. 훔치는 순간을 욕망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저 배를 채울 맛있는 떡만을 원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날 모든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들어가기 직전에,
스님들이 갓 찐 떡을, 저희가 훔친 그 떡을,
두 판 가득 가져와서 아이들을 먹였습니다.
저희는 배 터지도록 그 떡을 먹었어요.
… 훔친 떡은 그저 처치 곤란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희는 아주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남의 떡이 아니라 부족한 떡이 맛있다… 를요.
농담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마치 아이들을 위한 불교 동화에도 나올 법한 이야기라 늘 즐거워하며 추억하곤 합니다. 지나친 욕심이란 얼마나 덧없는지요. 부족함이란 얼마나 값지며, 넘쳐나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그날 밤 별똥별이 떨어졌습니다.
분명 소원을 빌긴 빌었는데 잘 기억나진 않아요. 그런데 아마, 떡 훔친 일은 어리니까 카르마에서 좀 제해 달라는 소원은 안 빌었나 봅니다.
바로 그때의 그 카르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사학과에 와서 전국의 절이란 절은 다 돌아다니면서 업보 청산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의 사원도 지나칠 정도로 많이 가고 있습니다. 등산도 너무 많이… 했어요. 다들 절에서 도둑질하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