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의 첫 번째 편인 ‘學而’의 첫 번째 문장입니다.
늘 첫 장을 많이 읽게 됩니다.
첫 문장은 때론 그 책을 대표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논어의 첫 편이 ‘學而’인 것은,
삶이 배움과 가르침의 연속이기 때문 아닐까요.
그 가르침의 시작에 있는, 혹은 자신의 삶의 이정표가 되어준 스승에 대해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때때로 기쁜 순간이 찾아오길 바라며 삼열, 57, 흰동가리의 글을 전합니다.
해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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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삼열
안녕하세요! 사람을 만나면 인사부터 하라고 배우죠. 정말 조금만 잡아줘도 확 달라지는 게 어린 시절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신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
학업에 집중하는 방법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저는 빠른 성적 향상과 강제성을 위해 학원에 다녔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등록한 영어학원에서는 혼자 한두 학년 낮은 학생들과 수업을 받았습니다. 학원 선생님은 봐 주는 것 없이 틀리면 틀리는 대로 남겨서 숙제를 주셨고, 그즈음 단어장과 문제집을 정말 많이 해치웠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제게는 해피엔딩입니다.
선생님이 한 번을 다그치지 않고 격려해 주셔서 제 실력은 노력한 만큼 쑥쑥 자랐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학교 진도를 예습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고, 같은 학년 친구들과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절대 못 할 것 같았는데, 열심히 하면 결과를 얻는다는 걸 진심으로 깨달은 건 처음이었어요.
수업 시간이 넉넉했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장난처럼 너희가 모의고사 지문을 하나씩 맡아서 해설해 보라고 시키셨어요. 제 차례에 깔끔하게 설명을 마치고 선생님을 돌아봤는데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계신 거예요. 왜인지 머쓱한 채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유가 뭐였을까요? 지문 하나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어서인지, 제가 선생님이랑 똑같은 스타일로 설명해서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때 선생님 표정이 기억에 남아요.
마침 스승의 날이니 연락을 드려야겠습니다. 감사하다고 너무 많이 말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아직도 그렇다는걸!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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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만난 어린이 무리입니다. 우리도 손잡아 주는 스승님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죠? 마침 초점이 흐릿하니, 그게 누구든 저 사진에 대입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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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57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스승의 날이네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카네이션과 작은 편지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곤 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연락드리기 어색한 분들이 대부분이라 아쉬운 마음이네요. 제게는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주신 태평양 선생님, 그리고 고등학교 마지막 담임이셨던 욱 선생님을 비롯해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겨주신 훌륭한 스승님들이 많지만, 오늘은 가장 안부가 궁금하지만 10년 전 연락이 끊긴,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하나별 선생님을 떠올려봅니다.
하나별 선생님은 6학년 담임 선생님들 중 가장 무섭다고 소문이 난 분이셨습니다. 처음 선생님의 반이 되었을 때는 솔직히 속상하고 싫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께 배울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졸업 무렵에는 어느새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되어 계셨으니까요! 아마도 그건, 선생님과 함께한 기억들이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조금 창피한 일인데, 전교 회장 선거 때의 일입니다. 연설문도 다 써두고 공약도 준비해 두었지만,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 신청서를 들고 울면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제 기대와 달리 저를 달래주시기보다 혼내셨습니다. 결국 눈물로 얼룩진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 밉고 원망스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겁쟁이였던 저를 그냥 두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그 단호함이 지금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엄한 선생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엄함이 얼마나 많은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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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선생님과 주고받은 마지막 메일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57이는 능력도 뛰어나고 마음도 참 예쁜 거 알지? 앞만 보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가끔은 뒤도 돌아보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를 끌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렴. 선생님이 항상 응원할게.’
당시에는 그저 따뜻한 격려라고만 여겼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문장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지금의 제가 그런 사람일까요? 가끔은 유능한 사람조차 못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큰 도전 앞에서 주춤하고, 아직도 선생님의 격려와 다정한 질타가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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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른 날에 받은 끔찍한 벌이 사실은 평범한 스쿼트 동작이었다는 사실을, 그 시절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허벅지가 타들어 가는 고통스러운 동작을,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가끔 투명의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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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어지면서 길가에 핀 식물이며, 전깃줄에 앉은 새, 하천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따위를 바라보는 시간도 함께 길어졌습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라면 이미 익숙한 생물들을 재차 마주하게 마련이지만, 이따금 낯선 친구들이 등장할 때면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정체를 궁금해하곤 합니다. 이러한 습관이 생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유년 시절 동안 저의 하잘것없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존재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 늘 계란꽃이라 부르던 풀꽃의 진짜 이름이 ‘개망초’라는 사실을 담임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하얀 꽃이 핀 나무 아래서 향기를 맡고 있었는데, 근처를 지나던 선생님께서 그 나무의 이름은 ‘은목서’이며 주황색 꽃이 피는 것은 금목서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시 수업 시간에 배운 교과목의 내용은 대체로 기억나지 않지만, 선생님들께서 스치듯 말씀하신 생물의 이름은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소한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저를 이루고, 호기심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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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거쳐 간 선생님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선생님이란 직업은 어쩌면 제빵사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직 말랑말랑한 반죽을 둥글리고 예쁘게 모양을 잡아서 노릇한 빵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어리고 유약한 학생들을 단단하고 번듯한 어른으로 키워 내는 선생님의 일과 아주 닮았으니까요.
제빵사가 반죽을 만지는 대로 빵의 모양이 변하듯,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깁니다.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던 제 곁에 다가와 이름을 알려 주신 분들 덕에 걸어 다니는 생물 도감이 되고, 지금은 눈 뜨고도 못 봐 줄 글을 잘 썼다며 칭찬해 주신 분들 덕에 아직까지도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게 만들어진 제 삶이 물론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만일 그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제가 보는 세상의 빛깔은 무척이나 밋밋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앞으로도 선생님들께서 끼워 주신 무지갯빛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다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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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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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깨달음들이 모여 삶을 환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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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강준 김다빈 박유영 최윤서
교정 김민경 이서현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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