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잎을 떨어트리고 땅을 얼어붙게 했던 겨울이 가시고, 어느새 공기에서 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길을 걷다 보면 새롭게 움튼 어린잎의 형광빛과 알록달록한 꽃들의 색채가 우리 눈을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화단을 수놓은 화려한 꽃들보다도, 그 사이에 슬쩍 몸을 감춘 수수한 풀꽃들에 눈길이 가기도 하지요. 특별함 속에 숨은 익숙한 평범함이 유달리 기껍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네 명의 작가들이 발견한 풀꽃 같은 일상 속 평범함을 님께 전합니다.
흰동가리 드림.
p.s 다음 주 심도는 쉬어갑니다. 5월 8일 오후 6시, 142주차 심도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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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삼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삼열입니다.
구독자에서 필자가 된다는 건 오늘 주제와는 다르게 평범하지 않은 일이네요. 제 숙원이 이루어지는 날 공교롭게도 적당한 일상에 관해 쓰게 되었습니다. 첫인사를 어떻게 드릴지 고민했는데 역시 가벼운 얘기가 좋겠어요.
님이 학생이시라면 이제 중간고사 기간이겠죠? 평소에는 익숙해서 아쉽지 않지만, 마음까지 바빠질 때면 싱거운 평범함이라도 절실해집니다. 낭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채 카페에 간다거나, 캠퍼스 잔디밭에 친구와 멀뚱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진지한 대화로 빠져드는 그런 날들이요.
저는 한때 평범함을 ‘저녁이 있는 삶’으로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일어났고,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난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흘러서 이미 많은 날을 잊어버렸어요. 찬빛 지원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제야 필름 카메라와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겼습니다.” 라고 답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드디어 저녁이 있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요즘을 일상 재활 시기라고도 생각하는데, 재활 방법은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어디 먼 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낯설게 적응하다 보니 학교는 금세 봄입니다. 혹시 제가 다시 저녁이 없는 삶을 살게 되어도 떠올릴 수 있는 계절이면 좋겠어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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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전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최근에 인화한 롤에 들어 있어서 이것마저 잊었다가 다시 보니 선물 같아요. 바쁜 시험 기간이 지나면 선물 같은 5월이 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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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입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저에겐 ‘평범한’ 일상이란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특히 휴학을 하고 난 이후로는 원하는 때에 이러한 나날을 보낼 수 있어 참 좋아요. 원하는 만큼 푹 자고 일어나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마음껏 보러 가고, 잠깐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자고 싶을 때 자는... 이런 하루를 종종 보내고는 해요. 누군가는 이런 일상을 보며 나태한 하루를 보낸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런 날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뭔지. 바쁜 일상에 쫓겨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유로운 일상이 하루하루 쌓여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먼 미래에 지금과 같은 일상을 그리워하는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그럴 때면 현재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싶어져요. 별거 아닌 하루라도 단순히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어요. 그래서 자꾸만 어느 한순간을 기록해 두고 싶고, 어딘가에 흔적을 남겨두고 싶은 걸까요? 휴학한 이후로는 그전보다 조금 더 자주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고, 영화를 보고 나면 꼭 감상을 남기고 있어요. 이런 평범한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 어느 먼 훗날에 다시 열어보고 싶기도 해요.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한 날이 모여, 흔들릴지도 모를 언젠가의 나를 단단히 지탱해 주는 존재가 될 거라고 믿어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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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시콜콜한 이야기
글과 필름 - 사랑으로-
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유형의 대화를 나눕니다.
정보만을 주고받는 건조한 대화부터, 고심해 고른 문장들로 만들어내는 정제된 대화까지.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많은 대화 중 가장 마음 깊이 간직하게 된 것은 몇 없는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하고 의미 없는 아무 말입니다.
우리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화려한 문장도 거창한 목적도 없습니다.
그저 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떠오른 시시콜콜한 근황을 주고받고, 서로의 사소한 고민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가끔 진지한 대화로 분위기를 잡다가도 금세 실없는 소리를 하며 세상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리고 마는 그런 시간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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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금에야 그 별거 아닌 일상들이 사실은 나를 숨통 트이게 했던 처방전 같은 존재였음을 깨닫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낯설고 외롭곤 합니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유독 보고 싶은 얼굴과 목소리가 많아집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늘 이름을 붙이려 하고, 끊임없이 특별할 것을 강요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소소하고 의미 없는 대화 몇 마디로 모든 수식어를 떼어내고 지독하게 평범한 누군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증명할 필요 없는 그 무해하고 시시한 평범함이야말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구원이 아니었을까요.
짧은 응석 끝에 돌아오던 친구들의 영혼 없는 농담과 실없는 위로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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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님,
새로이 혹은 다시금 인사드리네요. 못입니다.
몸을 움츠리게 하던 매서운 추위는 온데간데없고, 괜히 한 번 더 창을 열고 싶은 따스한 봄볕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이번 겨울은 무사히 건너오셨나요? 저는 그저 그런, 다르게 보면 무탈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무탈함… 무던함… 그저 그런… 평범함. 아주 오랫동안 저의 마음에 자리 잡은 단어들입니다.
누구든 평범함의 반대편에 서서 특별함을 가진 이가 되고 싶어 하죠. 눈에 띄는 나만의 반짝이는 고유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세상은 넓고, 빛나는 재능과 특별함을 가진 사람도 참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뭐든지 평균치에 가까운 아이였습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흥미가 있지도 않았고, 시키는 것들은 평균 이상 정도로만 해내곤 했고요. 멋진 친구들과 제 스스로를 비교하다가, 제 어중간함에 신물이 날 때도 있었죠. 그렇게 제가 해낼 수 있는 것들로 시야를 돌려, 해내다 보니 평범한 것이라고 쉬운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어떤 특별함들은 이미 가지고 있어서 못 알아챘다는 걸요.
평범함이 곧 비범함!
제가 좋아하는 잡화 브랜드인 미도리 작업실의 모토 같은 문구입니다. 언젠가 이 문구를 보고 나다운 것들이 가장 비범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한 번씩 일상을 다잡고 있습니다. ⸝⸝ ᷇࿀ ᷆⸝⸝ 평범해 보이는, 늘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대부분이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해줍니다. 매일 타는 지하철 기관사님의 다정한 안내 방송, 매일 지나는 길가에 올해도 핀 봄꽃, 오늘도 들른 카페 직원님이 컵홀더에 적어주시는 귀여운 문구, 산책길에 마주한 노부부의 따스한 미소 같은 것들 말이에요.
매일 속 특별함을 찾다 보면, 일상도 꼭 보물찾기가 되는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 중 님이 마주한 평범한 비범함은 무엇일지도 궁금해요.
우리는 또 다른 평범한 금요일에 특별한 심도로 다시 만나요. 안녕!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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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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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상의 한 조각이
어쩌면, 영원히 미래에 남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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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강준 김다빈 박유영 최윤서
교정 김민경 이서현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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