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행복을 빌어주는 다정한 인사말,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선물 꾸러미,
달콤한 케이크와 정성이 담긴 미역국의 맛.
1년에 단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은
오로지 나를 향한 축하와 애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쏟아지는 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반드시 특별한 일이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을 하든 오래 기억에 남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네 명의 작가가 간직한 생일날의 추억을 전합니다.
무화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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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50507
글과 필름 - 57
25년 5월 7일 오늘의 운세
오늘 57님에게는 물의 기운이 행운을 가져와요.
행운의 색상: 노란색
행운의 물건: 카메라
행운의 숫자: 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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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돌아오는 생일마다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언제나 많은 친구와 가족에게 축하받으며 북적이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오롯이 혼자서 맞이해야 하는 생일도 오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작년이 바로 그런 해였습니다.
평소에 혼자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한 저인데도, 이상하게 생일만큼은 거창하고 특별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오늘 날씨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어요.
옷장에서 꺼내 입은 것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노란색 옷이었습니다. 오랜 친구 S가 동묘에서 선물해 준 노란색 일본 빈티지 원피스. 그리고 원피스와 맞춘 노란 양말까지 챙겨 신고 나니 왠지 모르게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운세에서 일러준 ‘물의 기운’을 이정표 삼아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온 103번 버스에 몸을 싣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도착예정 시간이 마침 오후 5시 7분이었습니다. 제 생일인 5월 7일과 똑같은 숫자를 마주한 순간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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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의 날씨는 더없이 완벽했습니다. 윤슬이 반짝이는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앉아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특별하게 재밌는 일은 없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그 어느 때보다 밀도 높은 평온함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전, 평소 자주 가던 동네 카페에 들렀습니다,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문득 카페 방명록 표지에 적힌 문장에 시선이 갔습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거창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시작한 아침이었지만, 돌아보니 결국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하루였습니다. 햇살, 음악과 산책, 카메라, 그리고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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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57에서 냐홍으로, 다시 냐홍에서 57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 닉네임이 왜 ‘57’이라는 숫자가 담겨있는지, 이미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조금은 이르거나 늦었을 수도 있지만, 님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고 싶어요. 다정한 축하와 소중한 인연 안에서 행복한 생일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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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앞니도둑
n 월 n 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숫자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생년월일, 바로 생일입니다. 생일이라고 꼭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데도 생일 전날 밤만 되면 설레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생일의 설렘을 더해주는 생일 파티에 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생일 파티는 7살 때입니다. 유치원에서 거대한 시루 팥떡에 초를 꽂아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기억이 나는데요. 유치원 졸업 앨범 맨 앞 장을 장식한 사진 속의 저는 생일 파티의 주인공답게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고깔모자를 쓰고 앞니가 빠진 채 활짝 웃고 있습니다. 그때의 행복함을 간직한 채 자라난 저는 매년 생일마다 환하게 웃는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7살의 아이가 지금의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모든 것들이 변했지만 제가 똑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고등학생 때부터 매년 생일을 함께 보내온 세 명의 친구 덕분입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온 저와 제 친구들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2년은 모두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생일이 있는 날에는 점심시간에 학교 계단에 모여 서로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곤 했습니다. 깜짝 생일 파티라는 저희만의 규칙은 20살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현재에도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친구 만쥬의 생일은 5월, 나나나의 생일은 9월, 한 머리 두 냄새의 생일은 11월, 그리고 저의 생일은 8월인데, 생일 파티 규칙 덕분에 바빠진 지금에도 서로의 생일을 핑계로 각각의 계절마다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일 파티에서는 생일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주인공의 취향이 반영된 선물을 전해주고, 주인공이 케이크 위의 촛불을 불기 전 조용히 소원을 비는 모습을 응원하며 지켜봅니다.
작년 생일에 제가 빌었던 소원이 올해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저와 친구들의 생일 파티 규칙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소원합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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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생일 파티를 즐기는 법! : 달콤한 케이크 먹기, 뜨끈한 미역국 먹기, 생일 기념 네 컷 사진 찍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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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흰동가리
기억이 닿는 가장 어린 시절까지의 회상을 거듭할수록, 생일은 지금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생일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날이라는 치기 어린 생각에 부모님께 괜한 심술을 부리기도 했고, 유치원 합동 생일잔치 때 목에 걸어 주는 사탕 목걸이를 기대하며 생일이 있는 달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생일은 1년 중의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어린 동생이 제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먼저 불어 버리면, 티는 내지 않았지만 못내 속상해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아빠가 케이크 초의 개수를 틀려도, 심지어는 친구들이 제 생일을 잊어버려도 그다지 속상하거나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생일이 그리 특별한 날이 아니라는 생각이 저를 점점 무감각한 어른으로 자라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사탕 목걸이 따위를 기대하던 어리고 말랑말랑한 마음이 조금은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들어서는 손 편지 주고받기나 생일 축하 노래 부르기 같은, 소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축하가 유독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생일이라고 해서 꼭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좋고, 함께 나누는 웃음소리가 좋습니다.
여기서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다 보면, 감정이 지금보다도 훨씬 무뎌져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생일 축하가 당신과 나를 조금만 더 기쁘게 해 주기를, 어리고 맹랑한 기대감을 조금만 더 간직하기를, 케이크 촛불을 불기 전처럼 간절히 바라 봅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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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birthday, can’t you see?
All my days are shining lik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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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흰동가리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이 문장으로 글을 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큰 고민 없이 글을 싣겠다고 했다. 막상 글을 쓰려니 막막해졌지만.
생일에 감흥이 있는 편은 아니다. 축하해 주면 정말 고맙지만, 선물까지는 부담스러운 그 정도. 뭉뚝한 나의 손길로는 모두의 생일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의 연락이 뜸해졌다. 그래도 돌아올 것들을 바라지 않으며 애써 연락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항상 미안했다.
그래서 SNS에서 생일을 지웠다. 이젠 연락이 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몇 년 사이에 생일이 싫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유는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이다.
하지만, 글을 위해서라도 이번 생일은 뭔가 해야만 했다. 전날 밤부터 안 써지는 원고를 붙잡고 있다가 괜히 울적해져서 흔쾌히 만나주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을 접어버렸다. 아마 친구와 만나서 생일 다운 일을 해보자, 하는 혼자만의 다짐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없어진 일정에 다시 새로운 것을 채워 넣었다. 간단한 점심 식사 후 귀가하기. 누구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겠지만 인간이란 원래 복잡하고 대단히 성가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나가기 귀찮았지만, 기분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간헐적으로 도착하는 축하 연락들은 가벼운 장난 같든, 기다란 문장이던 기분을 톡, 톡 띄워주었다. 점심 약속으로 향하는 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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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의 필름
밥 먹고 공부를 하겠다던 아이들은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학교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다. 날이 참 좋았다. 바람이 불어서 초 하나 제대로 붙이지 못했지만 즐거웠다. 그러면서도 새삼 민망했다. 내가 지금 이 기분을 갚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든다. 헤어지기 전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건 그냥 민망했다. 갚지 않을 예정이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가 집에 생일 케이크를 사 온 것도 오랜만이다. 몇 년 새에 단출해진 가족 식사 자리는 여전히 별말 없이 이어졌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이 무겁게 나를 내리누른다. 3월의 딸기 케이크는 참 달다.
진심이 담긴 인사는 짧은 단어만으로도 녹아들어 마음을 감싼다. 이미 헤진 마음에도 연고를 덧바르듯 스민다. 그렇게 한 겹, 한 겹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점점 더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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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불시착한 당신을, 그리고 나를 응원하며,
생일 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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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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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사랑을 다짐하면서 오늘도 조용히 소원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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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강준 김다빈 박유영 최윤서
교정 김민경 이서현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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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39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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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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