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란 일종의 ‘일관성 없음’.
비슷한 말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뜻밖의 일, 고양감, 3월에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영화관의 불이 꺼지는 순간, 그리고 필름을 열어보는 일.
질서정연하지 않은 것들을 못 견뎌 하다가도 바쁘다는 핑계로 엉망이 된 방에 누워있으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난장판이지만 아늑하군.
엄마의 잔소리에 못 이겨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이불을 털고, 바닥을 쓰고 닦은 뒤 창문을 활짝 열면 또 그런 생각이 들죠. 내 방의 구성요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 그런데 마치 해가 다시 뜰 것만 같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의 감정처럼.
설렘의 기원은 어쩌면 무질서함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흐트러짐이 있기에 청소가 즐거운 것처럼, 호되었던 겨울이 있기에 봄이 설레는 것처럼, 타버리고 초점이 나가고 아무 것도 찍히지 않은 사진이 있어 잘 나온 필름 사진 하나가 두고두고 기억되는 것처럼.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보면 설렘을 느꼈던 순간들이 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구 흐트러져있는 것이 ‘순간’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그래서 설렘의 연관어에 늘 사랑이 있는 거 아닐까요.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듣다 보면 그런 문장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래야만 했어. 그럴 거라고 확신이 들었어.
이 문장들의 동일어. 번역과 치환. 그게 나의 제자리였어. 다시 흐트러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순간엔 그곳이 나의 제자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