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전에 하는 인사말에는 보통 ‘안녕’, ‘잘 가’, ‘잘 있어’, ‘건강해라’ 같은 말들이 있고, 조금 더 애틋한 사이라면 ‘사랑해’를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와 나 사이에는 특별한 인사말이 존재한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는 이런 인사말을 만들어서 불러주었다.
“하늘만큼 땅만큼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OO이랑 바꿀 수~”
“없어요!”
엄마가 먼저 말하면, 내가 대답하는 재미있는 인사말이다. 자기 전 엄마 품에 안겨 이 인사를 주고받을 때 엄마는 나를 꼭 끌어안았고, 다 부르고 난 후 우리 둘은 까르르 웃었다. 속상한 날에도 이 인사를 하고 나면 비타민을 먹은 듯 기운을 차렸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세상에 하나뿐인 이 인사말은 지금까지 엄마와 나 사이에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집 근처 어린이집을 다니던 나는 이제 멀리 떨어진 대학교에 다니는 성인이 되었지만, 엄마에게 종종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고 끝날 무렵 꼭 이 말로 마무리한다. 대중교통 같은 곳에서 전화를 할 때면 나는 전화기를 소중히 감싸쥐고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유치하고도 낭만적인 문장 때문에 건조한 하루를 지내던 나도 어쩔 수 없이 피식 웃게 된다.
서로 약속한 적도, 지키려고 노력한 적도 없지만 어느새 습관이 된 따뜻한 말이 곁에 있어 참 좋다. 나는 스스로에게 모진 말을 하며 몰아세운 적도 있지만, 엄마는 언제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까먹지 않고 인사말을 건네는 엄마에게 고마웠다.
슬프게도, 내가 먼저 인사말을 부른 적은 없었다. 엄마의 선창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걸까. 부끄러워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던 걸까. 엄마와 있을 때면 자꾸만 받는 사랑에 익숙해지고 만다. 이제부턴 내가 먼저 말해 봐야지. 진정으로 주고받는 인사말을 해야지.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