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부를 물어 오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원서동으로 향한 어느 날이었다. 날이 추워 빠르게 안으로 들어갈 곳이 필요해 고민하던 중, 지난번 저장해 둔 카페가 떠올라 우린 지체 없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즈넉한 원서동에 있는 그 카페는 네다섯 팀이면 자리가 다 찰 것 같았지만 좌석 간격이 넓었기에 숨이 트이는 첫인상을 주었다. 우드 톤의 테이블과 곳곳의 만화책이 왜인지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기분을 들게 했다.
친구와 진정한 안부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동안, 카페는 때때로 부산스러웠다. 여러 손님이 드나드는데 그들은 커피는 안중에도 없는 듯, 사장님과 이야기만 나누었다. 이래도 되나. 짧은 시간에 몇 명의 손님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들 손에 무언갈 들고 있었고 ‘아, 여기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구나’ 짐작할 뿐이었다.
이야깃거리를 ‘카페’로 돌린 우리는 이제서야 카페 내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저곳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테이블에 놓인 필름 카메라, 편지함, 안내문을 발견했고, 그 순간 의문스럽던 모든 것이 풀렸다.
‘우리 카페는 그동안의 시간을 뒤로 하고 손님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첫 방문이 그 가게의 마지막이었던 것이었다.
한 자리에서 십 년 이상을 있어 온 카페가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우리는 잠시 머물렀지만, 마음을 나누었던 단골들을 통해 십여 년의 시간의 찰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오랜 시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 온 카페. 그 공간의 마지막 순간은, 손님과의 인사, 아쉬운 마음, 고마움의 장면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그러자 어느 단골과 사장님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에는 도저히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서요. 미리 인사하러 왔죠.”
“언니 전 이제 어디 가야 해요? 아, 커피는 먹던 거. 응응, 카드 꽂았어요.”
“내가 자리로 가져다줄게. 앉아 있어.”
“아뇨, 언니 얼굴 좀 더 보고 가려고요.”
주문을 마치고도 여전히 카운터에 서서, 커피를 내리는 사장님을 그저 바라보는 단골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던 것들에게 이젠 인사를 할 시간. 다신 볼 수 없는 공간과 언제나 같을 수 없는 마음, 가게가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나쁜 기억은 금세 힘을 잃고 행복한 기억은 내가 되어 끝까지 남는다. 성큼 다가온 마지막에 추억의 파편을 끌어안고 눈물짓다가도 결국 마지막이 우리에게 주는 건, 마음껏 아쉬워하고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기회.
나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장님께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 그리고 용기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