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착역이 있는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항상 동네에 도착하면 지하철의 모든 사람들이 내려야만 했고 그 지하철은 불을 끄고 사라지곤 했다.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역입니다. 승객들은 모두 하차 부탁드립니다.
방송을 들으며 승객들과 우르르 내릴 때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했고 동시에 그들과 이웃 주민이라는 묘한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다.
집이 종착역에 있다는 건 여러모로 참 좋은 점이 많았다. 어느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 정차역을 계속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등…
나는 이것들을 종착역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지하철이 연장되어 이제는 그 행운을 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도 가끔 우리 동네가 종착역이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하철이 우리 집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이 느껴졌던 순간들, 불 꺼진 지하철을 뒤로하며 나의 집으로 향하던 늦은 저녁, 정거장을 보지 않고 마음껏 잠들어도 내릴 역을 지나치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던 그때.
이제는 우리 집에서 더 먼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종착역의 행운을 즐기고 있겠지.
P.s 아직도 ‘카메라는 특별한 순간에 찍어야지!’ 하는 습성이 남아있어 너무나도 일상인 지하철 사진을 찍지 못한 나에게 사진을 기부해 준 냐홍과 홍시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