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나이는 만 15세 이상
최저시급 10,320원부터
분야는 단순 작업, 고객 응대, 판촉 등등
소소한 용돈벌이부터 생활비 마련까지
아르바이트, 통칭 알바는
학생들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알바로 얻는 것은 단순히 돈뿐만이 아닙니다.
긴장, 스트레스와 떨어지는 인류애 속에
마음이 풀어지는 친절과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생기죠.
알바생 네 명의 경험담을 읽으며
내일도 터벅터벅 출근할 우리들을 응원해 줍시다.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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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해류
안녕하세요, 해류입니다.
저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약 4년째 하고 있어요. 워낙 착한 학생들만 만나서 소소한 에피소드가 전부이지만, 그래도 한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 하하.
1.
제가 최근에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수업 전날 수업을 취소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 연락을 하니 한 학생에게 이렇게 답장이 오더군요.
“네.”
그리고 바로 다음 연락이,
“그런데 숙제가 뭐였죠?”
덕분에 아픈 걸 잠시 잊었습니다.
2.
구석기와 신석기는 둘 다 석기 시대에 속하므로, 돌을 주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구석기와 신석기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요?
맞습니다. 농경의 시작. 이동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의 변화.
그럼, 도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요?
맞아요, 구석기는 뗀석기를 사용하고, 신석기는 간석기를 사용하죠.
그러나 저의 비범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좀 더 특별한 돌을 사용한다?”
3.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의 고견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목발을 짚고 학원에 온 거예요. 너무 놀라서 어쩌다가 다쳤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답하더군요. 미끄럼틀을 서서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고요... 그야말로 미스터리입니다. 미끄럼틀을 서서 탄다는 건 무슨 말이고, 어떻게 해야 다리를 삐는 것도 아니고 부러질 수가 있는 걸까요?
4.
제가 생각하기에 학원 선생의 필수 미덕은 뻔뻔함과 뛰어난 연기력인 것 같습니다. 이미 성적을 알고 있지만 선생님을 놀라게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기대에 맞춰주기 위해서 놀란 척을 해 준다든가, 사실은 별것 아닌 대학생일 뿐이지만 전지전능한 것처럼 군다든가 —제가 뭘 가르치는지는 학생들의 고려 사항이 전혀 아닙니다 —, 나이를 물어보는 말에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곧 환갑이라 어떤 파티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대답한다든가... 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일종의 퍼포머로 직업 분류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다행히 저는 취미로 연기를 좀 배웠고, 인생 영화가 슈퍼배드와 미니언즈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월은 새로운 학생들, 새로운 과목들을 만나는 달입니다. 그만큼 미우나 고우나 몇 달, 몇 년을 함께했던 학생들을 기약 없이 떠나보내는 달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가 올해도 뻔뻔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부디 여러분들도 뻔뻔하고, 황당하고, 그럼에도 명랑한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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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안녕하세요. 하루에 다섯 시간씩 이틀 동안 캐럴을 들으니 처음으로 캐럴이 지겨워진 카페 알바 세 달 차 익명의 부원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시점이어서 오늘은 손님이 얼마나 많을지 랜덤 박스를 여는 기분으로 출근한답니다.
님은 알바를 해 보셨나요? 알바를 시작하는 이유는 대부분 돈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알바를 하다 보면 돈 외에도 얻는 것이 있어요. 감사함, 미안함, 회의감 같은 다양한 감정과 더불어 동료에서 친구가 되는 사람들, 여실히 느끼는 나의 부족함, 그리고 의외일 수 있으나 인류애까지도 말이에요. 개인 카페에서 일해서 그런지 아직은 힘든 손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대신 디저트를 보고 연신 “카와이”를 외치는 일본인 손님들, 컵과 접시를 치우기 편하도록 정리하고 나가는 손님, 서로 자기가 계산하겠다며 투닥거리는 손님 등 귀여운 분들이 많습니다. 기계적으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다가도 그런 분들을 만나면 진심 어린 미소가 나와요.
이전에는 국어 학원에서 일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는 형광등 아래에서 정답으로 선택된 단 하나의 선지를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설명하다 보면 마음이 쉽게 버석해졌어요. 그러나 학생들이 모의고사에 수록된 시를 읽고 여백에 적어둔 ‘ㅠㅠ’라든지, 제 마지막 근무라는 걸 알고는 교실 창문 너머로 보여준 메모장의 짧은 편지 등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촉촉해지곤 했습니다. 바쁘다 바빠, 라고 말할 틈도 없이 바쁜 일터에서는 삶과 타인을 관성적으로 대하기 쉬워져요.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알바를 두 개밖에 해 보지 않았지만 아직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적성과 어긋난 일을 하면 즐거움은 너무 드물고 품은 끊임없이 들어요. 제자리가 아닌 곳에 맞춰진 퍼즐 같은 기분을 견디기 어렵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마음들이 저를 그 자리에 조금 더 머물게 해요.
삐걱거리는 수습 기간을 지난해와 함께 끝내고 새해에는 지금 하는 일에서 더 숙련되기로 다짐해 봅니다. 2026년에는 저도, 님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노동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길 바랍니다. 올해도 열심히 일해보아요!
추신. 학생이 ㅠㅠ라고 메모를 남긴 시는 고두현의 ⟨늦게 온 소포⟩입니다. 어머니가 보낸 쪽지 내용을 읽으면 그 학생과 똑같은 얼굴이 돼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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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는 지금까지 여러 단기 알바를 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되는 알바’를 많이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니! 말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꽤 어렵습니다. 열심히 뛰어다니거나 힘을 쓰지 않는데도 심한 근육통이 오고, 무엇보다 정말 지루하거든요. 그럼에도 이 경험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인생 첫 알바는 조소과 입시 연습 시험 모델이었습니다. 시험은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주어진 시간 안에 찰흙을 이용해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만드는 형식이에요. 작은 실기실 안에 들어서자, 가운데에 회전의자가 놓여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싸듯 작업대가 있었습니다. 모델을 맡은 저는 5시간 동안 똑바로 앉아 정면을 바라보다가, 15분마다 타이머가 울리면 90도 또는 45도씩 몸을 돌려야 했습니다. 졸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습니다.
시험 초반에는 모든 시선이 저에게 쏠려 뻘쭘했는데, 평소엔 쾌활한 학교 친구들이 한쪽 눈을 찡그린 채 나무 조각도로 비율을 이리저리 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여서 덩달아 긴장하며 자세를 갖췄습니다. 시험 현장 분위기가 궁금했던 저는 이어폰 없이 버텨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서 결국 노래를 틀었어요. 신나는 음악을 한 시간 넘게 들었더니 귀가 먹먹해져서 또다시 뺄 수밖에 없었지만요.
거의 완성되어 가는 두상을 슬쩍 보며 ‘내 얼굴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하며 신기해하기도 했고, 시험 종료 후 피드백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제 광대의 각도가 어떤지, 눈썹이 어떻게 생겼는지 완성작과 비교하며 분석해 주셔서 잠시 성형외과에 와 있는 듯했습니다... 허허. 알바가 끝난 뒤 굳은 몸을 풀자 아프면서도 시야가 환해지는 생경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 예상보다 힘들었지만,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뿌듯했어요.
이후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알바를 병행하지 못했지만, 종강 후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히 할 일이 없길래 대형 마트 장난감 판촉 알바에 지원했습니다. 서서 인사만 잘하면 된다는 모집 문구에 혹했죠. 하지만 낯선 환경에 있으면 기가 빨리는 제 성격을 간과했습니다. 제가 맡은 구역은 모래 놀이 장난감 코너였는데, 아이들이 다가오면 모래로 놀아주고 부모님께는 홍보해야 했습니다. 손님이 떠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떨어진 모래 가루를 주워야 했어요.
첫날에는 8시간 동안 근무하며 2개를 팔았는데, 알바이기에 판매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고는 해도 인사 목소리를 더 크게 해야 한다는 공지까지 들으니 저 자신이 너무 소극적인 사람처럼 느껴져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일은 3개를 팔아야지!’라고 소소한 목표를 잡았어요. 그런데 다음날이 주말인지라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무려 29개나 팔았습니다!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마지막 날이었던 크리스마스 당일은 서른 개 넘게 팔고,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서 있으면서 사회성까지 발휘해야 하는 이 일이 제게는 스트레스였던 건지 알바가 끝난 이후에도 며칠간 몸살로 앓아누웠어요. 그래도 제가 나름 싹싹한 척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런 알바들을 하고 난 뒤, 세상을 둘러보니 보이지 않는(사실 존재하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웃으며 응대하는 분들의 피로는 쉽게 눈치채기 어렵잖아요. 그 하나하나의 노동이 우리의 편한 하루를 만든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넘겨버리고요. 직접 겪어본 힘든 일들 덕분에 저는 자신을 넘어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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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자리를 지키며 수행하는 부처님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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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후르츠 펀치
이 글을 읽으시는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알바, 일, 선배님… 그런 것을 정말로 무서워했답니다...
지금은 한 극장의 1년 3개월 차 직원이자 누군가의 선배가 되었지만, 출근하기만 하면 손이 떨리고 얼굴이 벌게지던 시절도 있었어요. 초 단위로 바삐 움직이는 극장은 제겐 너무 어려운 공간이었거든요.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는 우왕좌왕하기 일쑤였어요. 긴장되는 업무를 하나 마치고 나면 숨이 막혀서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출근하기가 너무너무 두려웠어요. 다른 직원들이 절 안 좋게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선배들의 작은 조언도 타박처럼 느껴지고, 모두 제 실수를 알아보고 일 못하는 애 취급할 거라 생각했어요.
이런 제 고민을 알아본 한 선배가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준 뒤로 긴장이 풀렸어요. 그 선배와 함께 웃으며 퇴근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너무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들 같은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었더라고요! 매니저님, 저를 교육해 준 언니, 다른 직원들 모두 서로를 위로하고 북돋아 주려 애쓰고 있었어요. 그런 마음을 모르고 괜한 오해를 한 스스로가 바보 같았어요.
그 오해 때문에 참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극장에 100% 적응하여 행복한 직장 생활을 누리고 있답니다.
분명히 저와 비슷한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작은 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특기인 그런 사람들… 나를 탓하느라 주변을 둘러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걸, 사실 알고 계시죠?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스며들기 쉬운 곳이라는 것도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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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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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실수라도 호기롭게 헤쳐 나갈 당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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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민경 박유영 유수민 이지민
교정 김수경 전지영 최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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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31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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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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