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사진 중앙동아리 '찬빛'입니다.
2주 만에 뵙습니다.
지난주는 쉬어가는 주라 메일이 발송되지 않았는데, 혹시 기다리셨나요? 그랬다면 기쁠 거 같네요.
최근에는 한 구독자분께 따뜻한 감상을 받았어요. 찬빛의 2기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기인데 어떻게 아시고, 부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셔서 더욱 감사했어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반드시 찬란할 수도 없지만 찬빛과 심도에게는 그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만드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어요. 그 힘을 전해받는 수신자가 항상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12주 동안 단어 하나, 간격 하나 고민하며 레터를 만들었던 시간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니,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이번 달에 재정비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할 심도도 많이 좋아해 주시길 바랍니다.
'중난하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전을 찾아보면 '중대하고도 어렵다.', '매우 소중하다.'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인연을 맺고 끊는 것은 어렵지만, 인연은 그만큼 소중합니다.
이번 주에는 담청, 57, 우디가 중난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
|
#1.
글과 필름 - 담청
안녕하세요, 담청입니다. 이렇게 3월의 첫 번째 글로 찾아뵙게 되어 기뻐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경칩입니다. 겨울잠 자던 생명들이 깨어나고 봄이 찾아온다는 날답게 포근하고 따듯한 하루였어요. 개강 후 첫 번째로 맞이하는 월요일이기도 해서, 대학생이신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이 메일을 받아 보신 지금은 금요일 저녁이겠죠? 일주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으셨나요? 새 학기, 새로운 강의, 새로운 동아리와 취업 등 낯선 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셨을 것 같네요. 저 역시 이번 3월은 굉장히 오랜만에 대면으로 수업을 듣게 되어서, 바쁘지만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1교시 등교는 힘들지만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반갑게 인사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요즘입니다.
그래서 이번 메일에서는, 인연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사이, 저는 제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수많은 인연과 관계에 대해 부쩍 생각이 많아졌는데요. 신입생 OT에서 처음 만나, 관심사가 비슷하여 줄곧 가장 친하게 지내온 운명 공동체 같은 과 동기에게 졸업 축하 꽃다발을 선물하는 순간, 그리고 처음 만난 지 어느새 10년이나 된 동네 친구가 이제는 개강이 아닌 출근에 대한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저와 함께 같은 시간을 걸어온 오래된 인연들과의 관계가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그 관계들은 모두 예상치 못했던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그때 너의 옆자리에 앉지 않았더라면, 앞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에 자리를 다시 옮기지 않았더라면 과연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면 그 순간의 선택을 하던 저 자신을 마구 칭찬하고 싶어진답니다.
|
|
|
이렇게 만나게 된 이유도 장소도 다르지만, 모두 저의 소중한 인연들을 담은 사진을 공유해 드릴게요. 출구를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친한 친구들과 첫 호캉스를 가던 날에 찍은 것인데요. 저보다 앞서 걸어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기게 되었습니다. |
|
|
이 사진은 제가 소속된 타 동아리에서 전시회를 진행하던 날, 구경과 응원을 하러 와준 찬빛 부원들의 모습을 담은 것인데요. 실내에서 토이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모두 실루엣만 어렴풋이 어둡게 나왔는데, 오히려 제게 큰 울림을 주어서 아끼는 사진입니다. 보고 있으면 찬빛이, 그리고 부원들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거든요.
3월은 많은 것이 변화하는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변 환경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어색한 첫 만남은 어쩐지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너무 겁먹지 마시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결국 우연이 인연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함께할 소중한 인연이 가득 생기는 3월이 되기를 바랄게요! |
|
|
#2.
당신에게,
글과 필름 - 57
인연은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글을 시작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냥 제 이야기를, 제 소중한 인연을 조금 공유하려고 합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먼저 제 대학 생활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 인사를 조금 해보려고 해요. 대학을 직접 경험해 보기 전 주변에서는 ‘대학에서는 필요 때문에 만들어지는 관계가 다수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 본 대학 생활은 학과 동기들, 선배들,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전부 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이 레터를 읽고 있는 제 지인들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소중한 인연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 무언가를 응원하는 편지, 또는 문득 생각나서 편지를 적다 보면 그 사람과 제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서요! 처음 만났을 때같이 나눴던 이야기, 함께 방문했던 장소, 같이 찍은 사진 등 그 사람과 나와의 인연에 대해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고 결국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상기시켜주는 게 바로 편지 같아요.
제 글이 당신의 소중한 인연에게 편지를 적어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제가 받은 편지 중 힘이 되었던 문장들을 공유합니다.
- 학교생활이나 알바나 어디서라도 처음이라서 어려웠던 일들이 많았을 텐데 잘 버틴 게 대견하게 느껴져. (중략) 언제나 진심을 다해 감사하고 사랑한다! 내년의 너도 힘껏 응원할게. 함께 성장해서 멋진 어른이 되어가자. 연말을 너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커다란 기쁨인지 몰라. 내년도 내후년도,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함께 찬란한 추억들을 쌓아가자.
- 옛날부터 너한테 직접적이진 않아도 같이 지내면서 배려심이라든가 바른 마음 등 배운 게 많아. 너는 그만큼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 이건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해. (중략) 나는 항상 네가 내 친구인 것에 감사해. 그런 만큼 네가 힘들지 않으면 좋겠어. 그냥 지금 정도로만 건강하게 지내줘도 좋을 것 같아. 내가 도움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언제라도 네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은 약속할게.
- oo아. 1년 동안 고생 많았어.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운 점들 많았을 텐데 너무 잘해냈어,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들 모두 해보길 바랄게. 언제든지 네 편에서 너를 위해 기뻐하고 손뼉 쳐주는 사람이 될게.
Film
편지를 써준 이와 함께했던 공간
|
|
|
#3.
글과 필름 - 우디
오늘의 메일링 주제가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인연을 맺으시나요? 저는 이번 기회에 고민을 좀 해봤는데, 모든 인연은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이 맞물리고 작용할 때 만들어진다는 점에서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저는 많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전에는 지금보다 더 내향적이었어서 대부분 외향인 친구들의 간택을 받았거든요.(하하) 학창 시절에는 같은 반 친구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스무 살 무렵에 많이들 느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 없다는 게 회의감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지만요. 그러다 점점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먼저 다가가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만드는 관계들이 생겼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여러 동아리를 꾸준히 했는데, 완전히 다른 전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 K 역시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예요. 새내기가 되고 처음으로 학교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 저는 엄청 떨고 있는데, 그 친구는 낯가리지 않고 편하게 본인 얘기를 해서 신기하고 궁금했어요. 인스타 팔로우도 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로 그 이후로는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그렇게 2년 정도.. 아주 가끔 디엠을 나누면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종종 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됐어요! 저는 낯을 꽤 많이 가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너무 편했어요. 첫 만남부터 같이 전시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하루필름도 찍었답니다. 그렇게 시작되어 지금은 아주 소중한 인연이 되었어요. 짧은 만남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서로가 궁금했고 잘 맞을 거라고 느꼈으니 만날 수 있었겠죠? 역시 실제로도 통하는 게 많았고요. 저는 이런 걸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
|
|
오늘 저는 소중한 인연에 대해 얘기했지만, 인간관계에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을 거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겠죠. 항상 좋은 인연만 맺을 수는 없으니 누군가가 미울 때, 도움이 될 책 구절을 소개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기도, 주기도 한다. 모든 걸 무난하게 중화하려는 습관이, 그 당연한 감정에 불필요하게 많은 이유를 주렁주렁 달아줬던 것 같다. 상대방의 프레임에 갇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단순히 그 사람이 싫다고 단정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혹시 당신이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당장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반드시 정교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 그냥 당신에게 해악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냥 그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는 거라고.
|
|
|
심도의 열세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보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작성해주세요.
그럼 다음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
|
심도의 레터를 친구와 공유하고 싶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 공유해주세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