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몸도 마음도 흐르던 물도 꽁꽁 얼어버리는 추운 계절이 왔습니다.
시린 날들이지만,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기에 서로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죠.
꼭 쥐고 있던 따스한 마음들이 말없이 우리를 데워주는 순간들을 떠올려보았어요.
오늘의 글이 님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들어,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며
못 드림.
💌심도 구독자 여러분!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다음 주 심도는 한 차례 쉬어갑니다. 2026년 1월 9일 저녁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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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시끄러운 먼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영원의 여름이 지나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네요. 질리도록 찾아 헤맸던 아이스크림, 빙수, 에어컨이 있는 곳... 냉기를 염원하던 계절이 끝나고 우리는 온기를 찾는 계절에 이르렀습니다. 추위 속에서 잘 지내고 계시는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겨울이야말로 온기를 여기저기서 잘 찾아볼 수 있는 계절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온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한 해를 무사히 마치길 기원하며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들, 길가 붕어빵 노점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 장갑 속에 들어 있는 나의 따끈한 손가락들. 물리적인 ‘온기’는 아니지만 저는 이런 것들에서 따뜻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봄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의 겨울은 점점 더 추워지고 삭막해지겠지만, 그 속에서도 님만의 온기를 꼭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연말은 이불 속도 좋지만, 오히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온기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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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칠셋
빛과 어둠
빨강과 청록
소리와 침묵
존재와 상실
따뜻함과 차가움
함께 있을 때 온전해지는 것들이 있다. 내쉬는 숨은 따뜻하고 바깥은 차다. 멎을 듯 깊게 삼키다 뱉어낸 호흡이 두 눈으로 선명히 보인다. 살아있다.
사람의 온기로 살아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은 역설적으로 겨울이다. 주머니 속 작은 핫팩의 존재가 그렇게도 소중하고, 따뜻한 커피의 컵 홀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나에게 붙어오는 손은 버겁지 않고 놓치지 않게 깍지를 끼워보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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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녹아내리는 걸 알아차리기에 충분한 겨울. 한 해 동안 얼어있던 마음은 훌훌 보내 버리고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은 줄줄 써 내려간다. 홧홧했던 마음은 식어가고 멈춰 있던 마음은 굴러간다. 나는 이 계절을 사랑하고 사랑해서 온도 없는 편지지와 꾹꾹 눌러쓰인 선만으로도 온기를 전부 느낄 수 있다.
곧 받아볼 연말 편지를 떠올리며 나 역시 글자를 적어 내려간다. 여름에 냉기를 갈망하면서 겨울이 찾아오면 온기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양면적인 삶. 극단이기에 오히려 선명해지는 계절에서 우리는 그저 달리 존재할 뿐이고. 나는 이번 겨울 당신에게 마음을 전한다.
소복소복 쌓아낸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다. 세게 쥐어낸 손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느라 손날이 마구 더러워진다. 그리움, 애정, 애틋함, 고마움, 소원함이 훤히 보인다. 난 녹여낼 수 있는 마음을 모두 흘려보냈고, 이런 나와 그래도 함께해 주었으면 하고 어설픈 소원을 빈다.
추운 겨울, 이리도 차기에 이렇게 빛나는 온기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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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물리적 성질. 한 가지 대상물이 전혀 다른 실체라고 생각했던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은 당시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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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무화과
겨울이 되면 늘 떠오르는 표현이 있다. 바로 ‘따끈하다’라는 형용사이다. 보편적으로 쓰이는 ‘따뜻하다’보다 이쪽이 훨씬 더 생생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어근을 한 번 더 반복한 ‘따끈따끈하다’는 두 배로 마음에 든다. 의미와 어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귀여운 표현이다. 누군가는 이 표현들이 추운 겨울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춥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따끈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연결 고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따끈함은 듣는 순간 곧바로 추운 겨울이 연상되는 것들이다.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 열심히 흔들어 데운 핫팩, 직접 뜬 까슬한 목도리, 라떼 위 우유 거품으로 만든 작은 하트... 한 계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쩌면 그 계절을 보내는 방식과 그 시간 속의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싫어하는 추위 속에서 건네받은 사소한 온기들이 모여 겨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어떤 계절보다 겨울을 가장 사랑하는 마음을 빚어내 내 마음속에 남겨 두고 갔다.
그렇다면 온기는 겨울에만 찾을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마음을 데워 주는 것들은 계절을 넘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를 종종 찾아오곤 한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의 아늑함, 산책로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와의 눈 맞춤, 첫 소절을 듣자마자 반해 버린 노래. 사소하지만 나를 따끈따끈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 또다시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누군가가 될 수도, 어떤 계절이 될 수도, 혹은 나와 내 삶이 될 수도 있다.
받는 이는 분명히 있지만 보낸 이는 때때로 명확하지 않다. 사람마다 온기를 느끼는 순간에는 차이가 있고, 반드시 인력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분명히 존재한다. 신비로운 힘의 원동력이 되어 준다. 떠나가는 한 해를 붙잡듯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말랑말랑한 한 톨의 온기가 되길 바란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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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 - 흰동가리 / 필름 - 흰동가리, 희연
내가 12월 시작을 활기차게 열 테니 네가 닫을 준비를 해.
12월 1일, 생일을 맞은 친구가 12월 31일생인 제게 해 주었던 말입니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온 것도, 1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된 것도 모두 얼마 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는데, 어느새 12월의 문을 닫고 다시 1월의 문을 열 때가 가까워졌습니다.
으레 12월의 겨울은 견뎌도 1월의 겨울은 마주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2026년의 대문 앞에 선 저 또한, 혹여 문 틈새가 꽁꽁 얼어 있지는 않을지, 문 너머로 눈보라가 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일 년 내내 목 빠지게 기다려 온 생일과 한 해의 문을 닫으라는 친구의 당부가 어쩐지 모질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추위 앞에서도 추억은 늘 몸을 녹일 난로가 되어 주고, 저는 방한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올 한 해에 틈틈이 스민 온기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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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찬빛 부원들과 대성리의 한 펜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틀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숯불에 구워 먹은 마시멜로와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과자 집, 그리고 따뜻한 아랫목에 나란히 누운 부원들의 모습입니다. 이른 아침 대성리역으로 돌아갈 때는 눈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었는데, 사진에 찍힌 풍경은 마냥 따듯하게만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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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여름방학이 되어, 또 한 번 대성리에 찾아갔을 때 찍은 것입니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임에도 마치 다른 장소인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대성리역의 풍경은 눈에 띄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찍은 두 사진을 나란히 두고 보니, 계절의 변화와 함께 바뀌어 가는 풍경을 부원들과 함께 바라봤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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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의 필름
시간은 눈치챌 새도 없이 빠르게 흘러 다시 겨울이 되었고, 첫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그리 오래 내리지 않았음에도 제법 두텁게 쌓인 덕에, 이날은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부원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장갑을 나눠 끼고,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서로의 사진을 몇 장이나 찍으면서요.
이렇게 사진첩을 넘기며 추억 여행을 하다 보니 새삼 찬빛과 참 많은 순간을 함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눈앞의 추위가 두려운 시점에도 기꺼이 온기를 나눠 주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요.
저는 이제 결심을 굳히고 12월의 문을 닫을 준비를 하려 합니다. 님도 마음속 사진첩을 정리하며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월의 겨울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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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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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겨울은 무엇을 담고 있나요?
그 겨울이 따뜻함과 설렘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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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민경 박유영 유수민 이지민
교정 김수경 전지영 최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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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29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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