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하는 필름 카메라의 감각!
핸드폰 카메라가 주지 못하는 짜릿한 감각이다.
-버튼의 눌림, 필름이 감기는 소리. 그것이 쾌활한 기억을 남긴다면,
음악은 간지럽고 부드러운, 그리고 어딘가 복잡한 기억을 남긴다.
선물 받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떠난 첫 여행.
홀로 밤거리를 걷다 갑작스럽게 어둡고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신나는 음악으로 두려움을 떨치고 싶어 이어폰을 끼자 들려온 노래.
단순하고 반복되는 밴드 연주, 빠질 수 없는 색소폰 선율과 일상적인 가사…
전에는 평범한 옛날 노래라고 생각했던 그 노래가
바다 마을의 밤 풍경과 어우러지며 세기의 명곡이 되었다.
흥겨운 스텝을 밟으며 숙소에 돌아오자 더 걷지 못해 아쉬운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나가, 사거리를 뱅뱅 돌며 옛 노래들과 산보를 하다 돌아왔다.
그 노래는 바로… 김건모의 <첫인상>♫ !
학교를 잠시 쉬는 동안 떠났던 그 여행, 그때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면 늘 즐겁다. 놓친 풍경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어설프게 구도를 잡아 바보같이 찍힌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노래들을 다시 꺼내 들어 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 ‘몽글몽글해져!’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든다. 그 순간 느꼈던 충만함과 행복, 그 와중에도 품고 있던 고민들, 곧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어우러진 신기한 감정.
알고 보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부러 여행지마다 다른 음악을 듣는다는 사람도 있었고, 한 여행지에서는 딱 한 곡만 듣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마음에 새겨진 운율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90년대 음악의 심플한 운율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 부르기 쉬운 음악을 하루 종일 떠올리다 보면 그 안에 하루가 자연스레 새겨진다.
엄마가 좋아하던 나훈아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 어릴 적 어느 가을날 창문으로 쏟아지던 햇살이 떠오르고, 아빠가 흥얼거리던 팝송을 들으면 차 뒷좌석에서 마시던 매실주스 맛이 난다.
그렇게, 시간을 되돌리는 음악으로 감상에 젖는 하루는 몽글몽글하다.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