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지며 내일이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고요한 새벽을, 생기 있는 한낮을, 편안한 밤을 사랑합니다.
심도 작가들이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새벽 5시의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오후 5시의 별난 은도끼,
저녁 8시의 무화과,
밤 11시의 시끄러운 먼지.
시간에 이유를 붙이다 보면, 하루를 사랑할 이유가 빼곡해집니다.
못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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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 5시
글과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사실 나는 오전, 오후라는 말보다는 새벽, 아침, 한낮, 저녁 같은 말들을 더 좋아한다.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소개할 나의 시간은 새벽 5시다. 새벽이라고 하기엔 조금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아침이라기엔 조금 이른 듯한 시간. 하루의 시작이라기엔 이르지만 누군가는 이미 바쁘게 움직이는 그런 시간.
여름과 겨울에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특히나 이 새벽 5시에는 비추는 햇빛이 눈부시게 다르다.
나는 불면증이 있다. 새벽 5시에 깊이 잠들어 있기보다 뒤척이며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다. 동이 틀 때가 되면 풀벌레 소리가 잦아들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다. 새소리에 정신이 팔릴 때쯤이면 어스름한 빛이 방 안을 밝힌다.
눈꺼풀 위로 햇빛이 말 그대로 내려앉으면 나도 모르게 창가로 가서 창 그림자를 본다. 오늘도 잠은 못 잤구나, 하는 체념과 함께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잠깐 갖는다.
그리고 창밖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 체인 소리, 숨차게 달리는 소리,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는 소리. 소리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생각이 날아간다. 나만 내 방안에서 새벽을 맞는다.
나는 그래서 새벽 5시를 정말 좋아한다. 나의 정신없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여러분에게도 어느 날의 새벽 5시를 전하며,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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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후 5시
글과 필름 - 별난 은도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긴장되는 것 같아요.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은 하루 중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오후 5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고등학생이던 작년까지만 해도 오후 5시는 방과후 수업이 한창인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졸리고, 지치고, 하고 싶은 다른 것들도 많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이 한 마디를 되뇌었어요.
“한 시간 반만 버티면 석식 먹는다.”
그 단순한 생각 하나로 힘겹게 버티던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오후 5시는 저에게 하루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약속 같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의 오후 5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다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거나, 집에 가는 길 위에서 주황빛 하늘을 마주하는 오후 5시의 저는 하루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오늘도 잘 마무리했구나.”
고등학교 때 ‘한 시간 반만 버티면’이라는 생각으로 겨우 버텼던 마음이 이제는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며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으로 바뀐 것이죠.
그래서인지 오후 5시는 저에게 특별합니다.
버텼던 기억, 잠시 숨을 고르던 기억,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지금의 순간까지…
이 모든 시간이 겹쳐져 하루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위로를 주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오후 5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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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녁 8시
글과 필름 - 무화과
여러분은 ‘하루의 끝’이라는 표현과 가장 어울리는 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2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오전 12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까요? 잠에 드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조금 더 늦은 시간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하루는 오래오래 기억해 두고 싶을 만큼 즐겁고 소중하지만, 또 어떤 하루는 차라리 잠에 들어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만큼 지치고 버겁게 느껴지지요. 어쩌면 특별히 즐겁거나 힘들지도 않았던, 평범하고도 편안한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런 모든 하루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날 있었던 사건, 혹은 느꼈던 감정을 모두 한편에 접어 두고, 아무튼 수고했다는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스스로를 아주 고요하고도 잔잔한 상태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나름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과 그 시간 속의 모든 순간을 참 좋아해요. 글머리에서 여러분께 드렸던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실까요? 제 답변은 저녁 8시예요.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보통의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난 뒤 시간을 확인하면 늘 저녁 8시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들 하던데, 이 말을 하나의 시간에 써도 괜찮을까요… 귀가 후 저녁 식사를 하고, 샤워와 잠들 준비를 마친 뒤에 꼭 휴대폰 충전을 하는데, 반짝 켜진 잠금 화면에서 표시하는 ‘20:00’이라는 숫자와 너무나도 자주 마주쳤거든요.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하루를 곱씹어 보거나, 혹은 도망치려고 합니다. 아주 즐거웠던 날에는 그날 찍은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곤 하고, 지치고 힘들었던 날에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만의 멍때리기 대회를 열어요. 어떤 날은 책을 읽으며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되돌리려 하고, 어떤 날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또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도 있어요. 이건 아주아주 지쳤을 때의 방식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시간의 방식이 무엇이든 간에, 그 순간만큼은 오늘의 끝과 내일의 시작 사이에 자리한 제3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우연처럼 마주쳐 왔지만 새로운 하루로 나아가기 위한 그 순간을 표현하는 일련의 숫자, 그 시간이, 어느 때부터인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여러분에게도 저의 8시와 같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8시가 궁금해지는 8시네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숨 가쁜 하루에도 가끔은 갈피를 꽂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자리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p.s. 첨부한 사진은 aiko의 花火라는 노래와 함께 즐겨 주셨으면 해요. ( - - ) ( _ _ )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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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 11시
글과 필름 - 시끄러운 먼지
님은 하루 중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하루 중 제가 좋아하는 시간은 조금 뻔할 수도 있겠지만 ‘잠들기 전 저녁’입니다. 아마도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조금 더 구체적인 시간대를 말해보자면, 저는 보통 자정쯤 잠에 들기 때문에 11시쯤부터 하루를 정리하고 잠에 들 준비를 합니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행복해요!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잠들면 꿈도 꾸지 않고 다음 날까지 잘 수 있어요. 어릴 땐 신나게 놀고 와서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 아쉬워 억지로 깨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날에도 저녁이 되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와요. 그땐 밤이 돼서 잠을 자야만 하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왜 지금은 잠들 수 있는 저녁이 가장 좋을까요?
어쩌면 저녁을 좋아한다는 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냈다는 작은 증거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또다시 행복한 저녁을 위해 매일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요. 님도 이 글을 보시면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시면 좋겠어요.
그럼, 내일도 파이팅!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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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저 아이들은 저 날의 하루 중 저렇게 뛰어노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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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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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없는 밤에는 같은 밤을 보내는 다른 모양들을 궁금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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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민경 박유영 유수민 이지민
교정 김수경 전지영 최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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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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