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도 산과 같은 존재가 있나요?
저의 산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오늘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든든한 산이 나의 뒤를 지키고 있기 때문임을 점점 깨닫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깨달음과 동시에 그들이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와 관식이를 보면서 부모님이 떠올랐고, 이런 생각이 더더욱 마음속 깊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은 부모님께 애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잘된 일이었죠.
하지만 동시에 불안해졌습니다.
그들이 어쩌다 병원이라도 가는 날에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넘겨달라고 아무나 붙잡고 빌고 싶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항상 괜찮다 말하는 그들이었지만
한 품에 들어오는 나의 산을 꼭 껴안았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나의 크기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을.
어릴 때는 나를 품은 산과 비슷한 눈높이가 되어가는 것이 꽤나 즐거웠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품어 주었지만 그만큼 절대적 존재였기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산의 이면과 점점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는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내가 산과 비슷한 눈높이가 된다는 건
내가 위로 솟아나기 때문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풍파를 겪으며 산이 깎여가고 있기 때문임을
저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죠.
그들이 맞은 바람이 나에게까지 닿아, 나의 울창했던 숲의 나무들이 하나씩 쓰러지고 있음을 알아채는 건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그 흐름을 부여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되려 슬펐습니다. 그렇게 저와 그들의 높이가 교차되는 순간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최근에서야 더 깨달은 것이 있다면,
두려움은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요즘의 저는 나의 산이 깎여나가 언덕이 되면
그때는 내가 그들의 산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의 산에게 외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항상 고맙다고. 그렇게.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