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점을 구경하다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이라는 그림책을 발견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을 구태여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개구진 표지와 제목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의 방학을 맞이할 때는 늘 가정 통신문에 적힌 방학 숙제도 함께 마주했었지요. 종이에 적힌 숙제들은 언제나 엇비슷한 종류였습니다.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현장 체험 학습 보고서 쓰기 등등. 그 당시에도 저는 그것들을 미루고 미루다가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몰아서 해치우곤 했습니다. 심지어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말이에요.
일기는 하루에 세 편씩 날씨를 어림짐작하면서, 독후감은 책 뒤편 발췌문을 보면서, 체험 학습 보고서는 엄마의 지도하에 일사불란하게. 이외에도 여러 숙제를 급히 해치우는 저의 모습은 말 그대로 ‘방학 숙제 조작단’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추억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커 버린 지금에도 저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학을 맞으며 세운 혼자만의 거창한 계획들을 또다시 저 뒤로 미루면서요. 이제는 숙제를 하지 않아도 다그치는 사람 하나 없지만, 긴 시간 동안 어느 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초조함은 늘어만 갑니다.
그러나 개학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저는 그 초조함을 잠시 감춰 두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방학 숙제 조작단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숙제를 조작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번에는 계획 자체를 조작하는 거예요!
음… 이번 방학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원래 계획이었던 전공 공부는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다시 설정한 계획은 바로 ‘추억 많이 쌓기’입니다. 제 스스로가 조금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방학 시작부터 참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친구들을 자주 만난 덕에 추억을 많이 쌓자는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님은 자신만의 방학 숙제를 잘 끝마치셨나요? 혹시라도 저처럼 개강 전 초조함에 쫓기고 계신다면, 저를 따라 천연덕스러운 방학 숙제 조작단이 되어 보는 건 어떤가요? 얼마 남지 않은 방학도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