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먼지,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익명의 부원은 어떤 괴담으로 우리를 서늘하게 만들까요?
냐홍 드림. 👻
#1.
글과 필름 - 시끄러운 먼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덥다는 얘기를 중얼거리는지 모르겠는 요즘입니다. 말 그대로 미친 듯한 더위네요. 구독자 여러분은 이 더위를 잘 이겨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물리적으로 시원해지는 방법과 심리적으로 시원해지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네요. 심리적으로 시원해지려면 뭘 해야 할까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방법이겠죠. 전 무서운 것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름이면 혼자 공포 영화를 보러 다니고, 매일 밤 공포 라디오를 ASMR 삼아 틀어놓고 잘 정도로 무서운 것들을 즐기는데요. 님은 살면서 귀신을 목격한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전 귀신 같은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물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잘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믿지 않으니 무서움을 느끼지도 않는 것이라고 할까요?
전 귀신보다는, 현상을 맡겼는데 저에게 온 사진들이 검은 화면밖에 없는 이야기라든가,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린 이야기가 더 무섭습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네요. 이런 얘기가 저에겐 진정한 괴담이랍니다. 님의 괴담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공포를 좋아하는 저의 카메라에 언젠가 미스터리한 무언가가 담기길 바라며, 무더운 여름 오싹한 괴담 한 편과 함께 열대야를 보내보세요!
p.s. 오늘 제가 첨부한 필름은 찬빛 부원이 나눔해준 센츄리아 100으로 찍어본 결과물들인데요, 뭔가 으스스한 게 오늘의 주제와 잘 맞는 것 같지 않나요?
Film.
#2.
글과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괴담, 풀어서 말하면 괴상한 이야기. 나는 어릴 때부터 기묘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학교 괴담이 참 유행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학생이라서 학교 괴담을 더 유행처럼 받아들였는지도. 요즘은 나폴리탄 괴담*, 규칙서 괴담*이 유행이다. 규칙서 괴담을 주제로 한 웹 소설이 대박이 나기도 했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다니 안타까운 세계다.
*나폴리탄 괴담: 특정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면서 궁금증을 남기며 상상력을 유발시키는 형태의 괴담
*규칙서 괴담: 오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따라야 하는 지침을 설명해주는 형태의 괴담
나는 공포물에 강한 편인 것 같다. 사실 늘 혼자 보느라 비교군이 없어서 단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고 읽을 수 있으니까 강한 편이라고 해두겠다. 공포물에 강한 이유는 딱 한 가지인데, 바로 기억력이다. 나는 보거나 듣거나 읽어도 금방 잊는다. (다시 읽으면 기억나겠지만 그전까지는 완전히 잊고 살 수 있는 정도로.) 꽤나 편리한 능력이다.
그런 나도 평소에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거울’이다. 괴담에서는 정말 친숙한 소재 중 하나인데 나는 거울이 정말 무섭다. 엘리베이터 안에 마주 보고 있는 두 거울에서 몇 번째 나를 바라보면 가위바위보를 이겨야 한다든가, 쫓아온다든가, 여러 괴담이 섞인 기분이지만 찾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적는다. 혹은 세면대 거울 속의 내가 세수하려고 고개 숙인 바깥의 나를 보며 웃고 있는다, 라는 클리셰적인 괴담도 생각이 나기도 하고.
문득 이렇게 무서운 괴담이 떠올라서 이런저런 상상이 들면 나는 거울을 빤히 바라본다. 한 5초 정도. 내 나름의 경고 사인이다. 나오지 마, 거기 있어.
개인적으로 훌륭한 괴담은 혼자 읽었을 때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게 해주는 괴담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올여름도 외롭지 않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3.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해도 금세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 그 열기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에게 꼭 붙어야 할 만큼 무더위를 까맣게 잊어버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괴담이에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오싹해지고, 어깨 너머를 힐끗힐끗 보게 돼요.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궁금해하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초등학생 때 거울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를 보고는 몇 년 동안 새벽에 거울을 똑바로 보지 못했을 정도예요. 그럼에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친구가 말해주는 괴담을 기어코 끝까지 듣거나, 혼자서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 읽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머리 감을 때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옆으로 누우면 등 뒤에서 누가 쳐다볼 것 같아 정자세로만 자야 했는데도 말이에요.
초등학생 때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알고 실감 나게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중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건 ‘아가야 이리 온’이라는 괴담이에요. 혹시 님도 아시나요? 사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괴담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 시작돼요. 친구가 이야기를 마치면 저는 양팔에 힘을 빼고 차렷 자세로 있습니다. 친구가 “아가야 이리 온”이라고 말하면…
제 팔이 저절로 올라가요!
친구가 그 문장을 반복해서 말할 때마다 의지와는 별개로 점점 올라가는 제 양팔은 그때도,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 귀신은 믿지 않지만 이 현상의 연유는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님의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괴담이 있나요? 무서운 이야기, 영화, 에피소드가 있다면 찬빛에게도 알려주세요! 입추가 지나도 더위는 여전한 올여름, 남은 더위는 무서운 이야기로 날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