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님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심장 박동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드럼,
귀 대신 마음으로 들어오는 기타 소리,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베이스,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보컬.
찬빛에는 ‘록’을 좋아하는 부원이 유독 많습니다. 록 페스티벌에 가면 부원들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요.
방황하는 모습과 다듬어지지 않은 모양도 여실히 드러내는 록은, 불완전해서 찬란한 청춘과 닮아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청춘의 하이라이트에 있는 찬빛 부원들이 록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져요.
필름 사진으로 얽힌 찬빛.
그중에서도 음악으로 또 한 번 얽힌 냐홍, 수아, 진담, 못의 록 이야기입니다.
수경 드림.
p.s. 레터를 읽으며 색이 들어간 글자를 눌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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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냐홍
여름이 되면, 할아버지께서 잘라 주시는 수박도, 시원한 계곡에 뛰어드는 순간도 기다려지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록 페스티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올해는 어떤 페스티벌에 갈지, 누가 무대에 오를지, 어떻게 즐길지를 기대하는 그 시간이 어느새 저만의 여름맞이가 되었어요.
님은 평소 록을 즐겨 들으시나요?
아마도 일상에서 자주 듣는 음악 스타일은 아닐 수도 있어요. 혹시 록이 거칠고 시끄럽기만 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멀리하고 계셨다면, 오늘 소개할 곡들이 록과의 첫 만남이 되어줄지도 몰라요.
사실 저도 처음엔 록이 조금 낯설었어요. 종종 듣긴 했지만, 굳이 찾아서 듣지는 않았고, 누군가에게 록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랬던 제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밴드는 체리필터였습니다.
제게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오리 날다>, <피아니시모>는 중고등학교 시절, 문제집 풀며 듣던 추억의 노래이자, 약간의 탈출구 같은 선곡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가득 담긴 곡들을 몇 년이 지나 대학교 잔디밭에서 라이브로 듣게 되었을 땐, 자유와 해방감 때문인지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찼어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낭만고양이>를 부르던 그 순간은 지금도 여전히 선명하고, 제 대학 생활 중 가장 청춘을 만끽했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억이에요.
요즘에도 여름이 오면 자연스레 록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여름과 잘 어울리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들을 골라봤어요.
3. 한로로의 <해초> 푸른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든 듯한 기분이 드는 청량함이 더위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줘요.
오늘 레터가 끝날 무렵엔 이 장르가 생각보다 다정하고, 여름과도 꽤 잘 어울린다는 걸 느끼게 되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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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정대동제, 성신여대 중앙 록 밴드 동아리 ‘Thirsty Soul’ 공연
이어폰 너머로, 당신의 여름에 록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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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ck? 樂!
글과 필름 - 수아
Rock은 공식적으로 록이라고 표기하지만, 저는 락이 더 좋아요. 즐겁다는 의미의 樂(락)과 같은 발음이라 늘 마음 한 편에서 록은 즐기기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어떤 음악들보다, 즐기기 위해서 즐기는 노래. 제게 있어 록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록을 듣다 보면, 일상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밴드 멤버들이 힘껏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요. 다채롭고 다양한 록 장르 속에서 님의 일상은 어떤 밴드와 함께 하나요?
제가 청춘의 타임라인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 청춘을 떠올린다면 21살, 2025년 여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청춘을 다룬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많은 일을 겪고 있습니다. 이별과 만남과 여행과 책과 술과 사진과…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 순간이 지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청춘을 이야기한 건, 제가 가장 애정하는 밴드가 청춘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명한 밴드이지만 언젠가 저도 좋아합니다, 하고 추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말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어요. 제가 겪은 감정보다 더 많고 깊은 감정을 노래하는 緑黄色社会(녹황색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Sabotage
청춘과 정말 잘 어울리는 녹황색사회는 실제로 멤버들이 고등학생 때 결성한 밴드이기도 합니다. <Shout Baby>라는 곡으로 이 밴드를 처음 만났는데, 벌써 5년 넘게 제 플레이리스트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청량하고 신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면 녹황색사회의 노래는 님에게 스며들 것이라 생각해요! (밴드 이름과 그 사연도 귀여워서 전 더 마음이 가기도 해요.) 참고로 올해 10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첫 단독 내한을 합니다! 팬으로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라, 굉장히 두근거려요. 히히…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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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황색사회의 <Sabotage>는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부수다’라는 주제를 노래합니다. 신나고 청량한 멜로디, 그와 대비되어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가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의 저와 닮아 보여서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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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춤을 추고 바라만 봐도
글과 필름 - 진담
님, 뜨거운 8월 첫 주에도 안녕하신가요?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록 페스티벌(펜타포트)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저에겐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록 페스티벌인데요. 오늘은 그중 한 곳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페스티벌을 좋아합니다. 대형 페스티벌은 물론이고 작은 지역 페스티벌까지 자주 찾습니다. 그 중 꽤 규모가 있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고등학생 때부터 눈독을 들여왔던 곳 중 하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저의 최애 락페가 되어 라인업을 보지 않고도 매년 무조건 예매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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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먼 장소인 철원에서 열리는 이틀간의 페스티벌은, 전국 팔도 그 어느 축제보다 특별합니다. 모두를 포용하고 평화를 노래하기 때문이에요. 록뿐만 아니라 멋진 예술(ex.힙합)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무대에 서고, 무엇보다 헤드라이너가 없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이 여타 락페와는 다릅니다. 비교적 넓은 범위의 음악과 국적을 아우르는 행사라서 더 다양한 장르와 국적의 가수를 만날 수 있어요. 또, 이곳에 모인 서로가 각자의 불완전한 몸짓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차별화된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사랑과 평화로 동여맨 연대’를 인생 최초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선을 긋지 않습니다. ‘메인무대 감상하기’는 유료지만, ‘바닥 분수에서 디제잉에 춤 추기’는 무료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존’도 물론이라, 가장 흔하게 보이는 풍경 중 하나가 어른들 틈에서 아이들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에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운영으로써 보여주기도 하고, 비건인을 위한 비건식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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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비자(분수대+이비자)라고 불러요.
운영진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과 평화라는 단어를 전광판에 노출하고 사람들은 그걸 계속 읽습니다. 페스티벌의 슬로건도 ‘Dancing for a borderless world!’ 폭력과 부조리로 둘러싼 세상 속에서도 그러한 글자들이 마음에 새겨지는 감각을 ‘다 함께’ 느끼는 것. 이 모든 것이 주는 파급 효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귀한 감각이었고, 앞으로도 잊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들이 한데 모여서, 각자 자신의 춤을 보여줍니다. 당신이 늙었든, 젊었든, 여자도 남자도 아니든, 뭐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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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다 함께 얽히자.
이처럼, 춤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연대의 감각이야말로 제가 매년 굳이 철원으로 떠나는 이유입니다. 님과 ‘2026 DMZ 피스트레인’에서 만나길 고대하며, 이만 줄일게요.
p.s. 더 많은 내용은 인스타그램 @dmzpeacetrain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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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 - 못 / 필름 - 희미
안녕하세요. 못입니다.
록을 처음 들었던 건 오래된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온 낯선 기타 소리 때문이었어요. 어쩐지 마음이 붉게 타오르는 기분. 그날부터 저는 꼭 이 소리를 직접 들으리라 다짐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붉게 태우러 간 록 페스티벌에서 저는 뜨거운 편안함을 만끽하고 왔답니다.
지면에 발을 디뎠을 때, 뜨거운 햇살 아래 땀에 젖은 사람들, 서로를 밀고 웃고 부딪히는 그 혼잡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해져요. 음악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하나의 파도처럼 움직이고, 기타 리프에 맞춰 몸이 반사적으로 흔들리죠. 그 순간, 나인 동시에 우리가 돼요. 땀을 뻘뻘 흘리는 이 요상한 알록달록 사람들이 이곳을 벗어나면, 색을 빼내고 평범하게 저와 같이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거란 생각에 위로가 되어요.
지면을 통해 쿵, 하고 울리는 드럼 소리. 그 진동이 발바닥에서 올라와 심장에 닿고, 그대로 두근거림이 돼요. 이건 듣는 게 아니라 맞는 거구나. 그날 저는 음악, 사람, 공간이 하나 되는 감각을 처음 느꼈어요.
록은 불완전한 마음을 그대로 꺼내놓게 해줘요. 가다듬지 않아도 괜찮다고, 거칠고 투박한 그대로도 충분히 뜨겁다고 말해주는 장르예요. 그래서 어떤 날은 심장박동 대신 음악을 들어요. 너무 찬란하거나, 너무 엉망인 하루에는요.
님은 어떤 소리에 마음이 반응하시나요? 님이 이 글을 읽고 계실 즈음에 저는 또 인천에서 무수한 심장박동과 함께 울리고 있을 거예요.
그날의 박동을 담아 보냅니다.
못 드림.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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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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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절정이 담긴 기타의 진동,
그 진동 위에 얹어지는 설렘의 심장 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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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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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13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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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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