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같은 풍경을 찍어도 사진마다 분위기가 다른 건
각자의 시선이 반영되기 때문이에요.
뷰파인더 너머로 보는 장면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이면 평면의 사진에 부피가 더해져요.
사진 찍고 싶은 순간이 오면 곧바로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요리조리 움직이거나, 혹은 필연적인 우연을 기다려보아요.
오늘의 심도는 메론빵, 매실, 못이 매력적인 구도의 사진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수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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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입니다.
종종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구도의 사진을 찍을 때면, 현상을 할 때까지 그 사진만을 생각하곤 합니다. 큰 기대를 한 상태에서 결과물을 받았을 때, 그만큼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는 반면에 생각했던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꽤 있는 편이에요.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 좋다고 느꼈던 풍경을 작고 네모난 뷰파인더 속에 담는 건 지금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네요.
저는 평소에 풍경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자연물이 가득한 푸릇한 느낌의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필름 사진을 막 찍기 시작했던 초반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풍경사진을 유독 많이 찍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사진들이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이 사진에 포인트가 될 만한 피사체가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저는 풍경 속의 사람을 찍는 것에 빠지게 되었어요.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건 자연을 배경으로 둔 1-2명의 사람을 최대한 사진의 중심에 놓고 멀리서 찍는 구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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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그 장소를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는 걸 참 좋아해요. 딱 그 순간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은 서둘러 카메라를 들지 못해 놓쳐버려 아쉬운 순간들도 있지만, 풍경과 사람을 조화롭게 담아냈을 때면 아주 뿌듯한 기분도 들어요. 아마 위 사진도 자전거를 탄 사람이 없다면 무척이나 심심한 사진이 됐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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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역시 사람 없이 나무만 찍었다면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당시 이 사진을 찍기 위해 행인이 나무의 왼쪽까지 걸어오는 걸 기다렸던 기억이 나요. 이 사진은 특히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잘 담겨서 참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 건, 단순하게 풍경을 찍을 때보다 서사가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 장소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그 사람이 어느 지점에 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지, 그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는지, 와 같은 사진 한 장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해지는 것만 같아요.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만일 풍경 사진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함께 찍어보시길 바라요. 특히 잘 보이는 색의 모자를 쓰고 있다거나, 우산과 같은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사진 속에서 특별한 포인트가 될지도 몰라요! 이번 글은 여기서 이만 마칠게요. 다음번에 또 다른 사진과 이야기로 만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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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차원 속 3차원
글과 필름 - 매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부터 우리의 삶은 사진으로 담겨왔습니다. 그림보다 더 사실적으로 현실을 재현할 수 있는 촬영 기술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예술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진도 결국 그림처럼 작가가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요리조리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니까요.
촬영한 사진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유독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컷이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매력적인 사진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깊이감이 있는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사진은 평평한 2차원의 면과 다름없는데, 깊이 있는 장면을 보면 마치 3차원 공간에 들어온 듯 몰입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사진에 깊이감을 주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아웃포커싱도 있고,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의 원근감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서로 다른 물체를 겹쳐서 촬영하면 층위에 따른 깊이가 만들어지기도 하죠. 저는 이번 글에서 선 원근법을 이용하여 사진에 깊이감을 주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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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라스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멀리서 담아봤습니다. 사진을 보면 거리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건물의 간판, 기둥, 곳곳에 배치된 구조물들이 겹쳐 있고, 물체를 이루는 선들이 한 지점을 향해 모이고 있어요. 이 점이 바로 소실점이랍니다. 선들이 소실점으로 모여 깊이감을 주는 방식이 바로 선 원근법이죠. 멀리 있는 인물에게 초점이 잘 맞아서 제 시선이 그대로 담겼고, 복잡한 공간이 눈에 띄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른 저녁, 어스름한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는 낭만스러운 찰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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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이전 사진보다 역동적이지요? 평소보다 살짝 높은 눈높이에서 촬영하니 소실점이 중앙보다 위에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좁은 틈 사이 소실점을 향해 뻗어있는 여러 높낮이의 천막, 앞에서부터 뒤쪽까지 불쑥불쑥 튀어나온 색색깔의 간판들, 움직이는 사람들과 자유분방하게 얽힌 전선들이 상가의 활기를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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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사하러 간 부원을 모델 삼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창을 통해 어두운 건물 속 부분적인 빛이 들어왔는데, 인물을 감싸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멋진 순간이었어요. 이 사진 역시 깊이감이 느껴지는데, 왼쪽 난간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며 원근감이 극대화되고, 안쪽 공간이 어두워서 시선이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일부러 수평을 맞추지 않고 각도를 살짝 비틀어봤는데, 카메라에 집중한 부원의 시선과 감정이 잘 담긴 것 같나요?
이 방법은 구독자 여러분도 쉽게 도전해 보실 수 있어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수많은 선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는 평행하는 선들이 소실점을 따라가면 한곳에 모인다는 사실은 참 신비로워요. 여러분도 일상 속 선을 활용하여 깊이감 있는 사진을 연출해 보세요!
p.s. 한 가지 팁: 소실점을 정중앙에 놓고 수평과 수직을 완벽하게 맞춰 찍으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으니, 각도와 위치를 살짝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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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못입니다.
이번 주 심도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사진 구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걸을 때면, 자주 멈추는 구도가 있어요. 바로 ‘창을 너머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빛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유리창, 그 너머로 펼쳐진 흐릿하고 따뜻한 장면. 그 순간 카메라를 들이밀면, 마치 제 마음속에도 조용한 창이 하나 열리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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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구도를 ‘마음의 창’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눈앞의 창만이 아니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도 결국은 나의 마음이 통과된 창이라는 뜻에서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 전, 저는 늘 잠깐 멈춰서 그 풍경을 마음속으로 바라봐요. 창이라는 물리적인 프레임 너머에, 또 하나의 프레임—나의 감정과 기억이 겹쳐지는 뷰파인더가 있거든요. 그 겹쳐진 순간을 찍을 때, 사진은 단지 장면을 넘어서 ‘감각’을 담아줍니다.
창은 우리를 보호하면서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틈이 되죠. 저는 그 연결감이 좋아요. 완전히 닿지는 않지만 분명히 이어져 있는 거리. 필름으로 그런 구도를 담으면, 그 미묘한 감정이 더 잘 남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필름은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기에,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머물게 되니까요.
창을 사이에 두고, 나는 이쪽에서 풍경을 바라보지만, 동시에 그 풍경도 나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들어요. 뷰파인더 안의 세계는 그렇게 나를 닮은 장면들로 천천히 채워져 갑니다.
그런 제 ‘마음의 창’ 너머로 바라본 한 장면을 담아 보내드릴게요. 님에게도 마음의 창이 열리는 순간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못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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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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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만의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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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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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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