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어떤 사람은 그대로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오래 곁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친구라는 존재가 참 독특한 것 같다. 같이 있으면 그저 웃기고, 뭘 먹어도 더 맛있고, 아무 말 안해도 편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상에서 말로 정의하기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쉬운 단어가 ‘우정’인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우정’이라는 주제를 빌려,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우선 나의 경우, 친구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0년지기 친구들,
두 번째는 7년지기 친구들,
세 번째는 4년지기 친구들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다.
동네 특성상 사람 수가 적어 모두 한 반에 모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순수했던 아이들이 무얼 알겠는가. 우리에게 우정은 그저 같이 등하교를 하고, 함께 뛰어놀고, 방과후에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것.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은 그 시절의 우정은 쉽게 바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삶에 바빠 연락을 자주 하기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가끔 시간이 맞아 고향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초등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 하하호호 웃고는 헤어진다.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일까. 한 번 만나면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편안하고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우리는 중학교 1학년 때 만났다.
우리 동네에는 중학교가 딱 하나다. 두 초등학교에 더불어 외부인들이 합쳐져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누구랑 어울려야 할지 모르겠고, 말 한마디에 친구가 되기도, 서운해지기도 하는 그런 시기. 지금 돌아보면 사소한 일들이 그땐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그게 바로 중학생이라는 질풍노도 시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절을 함께 버텨냈다.
이때였다. ‘우정’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친한 친구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고, 나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진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나는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만나면 중학교 때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그때는 왜 그렇게 서툴렀는지, 왜 그렇게 다들 감정이 앞섰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울고 웃었지만, 그 감정들이 당시에는 진짜였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다.
한 동네에서 매번 똑같은 친구들과 지내다가 '이제는 벗어나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다른 지역의 특목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같이 자라온 친구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낯설고 귀찮았다. 나에게는 이미 오래된 친구들이 있기에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쏟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고등학교의 특성상 3년 내내 같은 반이기에 천천히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이 되어서야 10년지기만큼의 우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시절의 전부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다. 함께 울고 웃으며 힘든 3년을 버텼지만, 졸업한 이후에도, 서울에 올라와 적응할 때에도, 지금도 꾸준히 만나며 성인이라는 울타리에서 또 한 걸음 함께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만약 이들이 같이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많이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글을 마무리하며,
힘들 때, 말 없이 옆에 있어준 친구들이 어떤 거창한 말보다 결국 제일 큰 힘이 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주도 수고하셨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