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도서 『얼굴을 그리다』(정중원, 민음사)에선 내가 결점으로 여긴 것이 내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해요.

새로운 필름을 장착하는 찰나

하얗게, 빨갛게, 까맣게

타 버린 필름은 결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빛이 스며든 필름의 얼굴을 자꾸 들여다보면

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사진을 좋아할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시끄러운 먼지, 유희, 매실의 글을 읽으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아름다운 건

단지 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경 드림.

추신. 앞서 언급한 책에는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현실에서 추하고 못난 것으로 취급되는 대상에게 새로운 신분과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위대한 능력이리라.”

🍀 . . . . .  초대합니다! 구독자 인터뷰 이벤트  . . . . . 📝

반짝이는 여름날, 설레는 마음으로 심도의 첫 구독자 인터뷰 이벤트를 열어 보았습니다. 항상 심도에 귀 기울여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번엔 여러분의 이야기를 심도에 담아보려고 해요. 나만의 방앗간에서 일상과 관심사, 심도에게 궁금했던 점 등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나눠보아요. 인터뷰 내용은 8월 29일 발송되는 메일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 심도 구독자 인터뷰 안내

신청 기간: 6/27(금)~7/11(금)

대상 및 인원: 심도를 사랑하는 구독자 3명 (*찬빛 부원 제외)

인터뷰 일정: 7/14(월)~7/31(목) 중 일정 협의 후 대면 만남

장소: 서울 내 추후 장소 선정

내용: 작가와의 만남, 좋아하는 공간에서 대화, 소정의 선물 증정

지원 링크: https://forms.gle/6A9SgFkgwNTkVd7p6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다릴게요. 📬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

☎ 문의: 심도 오픈채팅방 https://open.kakao.com/o/sfwtxODh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곳으로 문의 바랍니다.

필름 카메라에 입문을 하고 나서, 저를 당황시킨 몇 가지 결과물 중 하나는 바로 탄 필름이었습니다. 필름을 현상하고 보니 사진 몇 개의 일부분이 마치 그을린 것처럼 손상되어 있는 걸 보고 카메라가 고장 난 줄 알고 열심히 찾아보았죠. 그리고 필름이 탄 이유를 추측해 보았는데, 카메라 필름실이 열렸거나 셔터 덮개에 문제가 생겨 빛이 새어 들어가는 등 필름에 가해지는 빛이 추가가 되어 속히 필름 카메라인들이 말하는 ‘탄 필름’이 된 거였어요. 필름 카메라라는 건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처럼 무제한으로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필름 한 롤당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매번 구매해 써야 하니 너무 아까운 마음에 저를 질책했었습니다. 그리고 아깝게 날렸다고 생각한 사진들을 계속 들여다보여 아쉬워하게 되었죠. 

근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 탄 필름 사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같이 현상했던 사진들 중 가장 많이 본 사진이 되어버렸습니다. 완벽하게 현상된 사진보다 탄 사진을 자꾸만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부족한 그 사진들에 참 애정이 가게 되었지 뭐예요! 그리고 그 탄 부분조차도 장면의 일부처럼 보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저는 이제 더 이상 탄 필름에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상할 필름이 생기면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한꺼번에 현상을 하는 편이어서 막상 결과물을 보면 언제, 무슨 상황에 찍게 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탄 사진들을 계속 보면서 ‘어쩌다 탔지?’, ‘그때가 무슨 상황이었더라?’ 하고 생각을 하다 보면 오히려 다른 사진들보다 그 사진의 상황이 또렷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작은 모순은 어쩌면 필름 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상에서, 그리고 우리 내면 속에서 뭔가 손상된 부분이 생겨나거나 보기 싫은 것들이 생겨도 한 번쯤은 그 대상을 빤히 노려보세요.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왜 이렇게 됐지?’ 

‘어쩌다 이런 생각이 생겨났지?’ 

혹시 몰라요, 그 부족하고 손상된 부분들도 언젠간 애정 가는 나만의 사진이 될 수도!

Film.

이 사진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마트에서 사 온 복숭아인데, 이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먹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강에 수영하러 갈 때 가져가서 나머지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진은 태국 방콕의 빅씨마트 앞에서 찍은 사진인데, 땀을 뻘뻘 흘리며 마트를 향해 걸어가다 문득 옆을 바라보고 여기서도 한 장 찍어야겠다, 하고 더운 와중에도 멈춰 서서 셔터를 누른 결과물입니다.

필름 카메라의 가장 큰 장벽은 두려움인 것 같습니다.

필름 사진을 다 찍고 필름통을 열어 현상을 맡기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은, 바로 사진을 확인하며 고쳐나갈 수 없기에 셔터를 누르기 전 걱정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사진의 초점이 안 맞았을까 봐, 오래된 카메라가 고장났을까 봐,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이 이상하게 나올까 봐, 그렇게 내 사진을 망칠까 봐. 그런 두려움 속에서 셔터를 누릅니다.

이처럼 각자의 다양한 두려움을 앉고 사진이 나옵니다. 그렇게 나온 사진들 중 타버린 사진은 수많은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필름이 타버려 온전하지 않은 사진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속상했지만 오히려 그 사진에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그래서 저에겐 필름 카메라는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담고 탄생한 나의 추억들은 예상과 다른 사진이 되어 또다시 추억으로 남습니다. 

되돌리기 버튼이 있는 디지털 세상과는 달리, 필름 카메라는 어쩐지 우리네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되돌리고 싶어도 이미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완벽함만을 바라는 세상에 살면서 완벽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는 두려움이란 상상보다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늘 높은 기준의 잣대를 세우는 세상에 부족해 보일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엔 불안함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완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나의 추억과 결과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타버린 필름처럼 온전하지 않은 인생을 사는 우리는, 어쩌면 타버린 필름에서 두려움을 앉고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Film.

각양각색의 탄 필름들

덜컥 사버린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름의 한가운데를 걸었다. 발걸음보다 반박자 빠른 심장의 두근거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은 빛을 반사하는 철의 표면처럼 날렵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한낮의 장면들이 쌓여간다. 어떤 사진이 찍혔을까? 콧바람을 불며 현상소를 향했다.

길게 늘어진 필름 위로 주홍빛 자국이 찍혀 있었다. 군데군데 그을린 필름의 화상. 처음 보는 낯선 모습에 당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익숙했다. 차마 막지 못한 틈으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아, 그건 내가 부정했던 그을린 사랑인거야.

닫혀 있던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너를 바라볼 때면 눈이 부시게 선명했고, 때로는 불완전했다. 나는 새벽 밤을 꼬박 새우며 너의 존재를 신경 쓰다가 날이 밝으면 아무렇지 않은 듯 모른 척했다. 그래서 우리의 장면은 하얗게 번진 필름처럼 점점 일그러졌다. 

완벽하지 않은 청춘이라고 애써 포장해도 그 시절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만큼 부끄러웠다. 그때 너로 인한 화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져서 피부 속 깊은 곳을 쿡쿡 찔렀다. 아직도 평온한 하루를 보내던 중에 불쑥 찾아와 어지럽힌다. 번쩍이던 여름 속 너는 사라져버렸는데, 아직도 난 잔상을 안고 살아간다.

카메라의 부품을 교체하니 이젠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내가 찍은 장면들이 이상 없이 잘 담기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덮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 그리고 그것을 닮은 그을음도 언젠가 무던한 일상에 덮여 스며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