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누군가의 필명은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지고,
어떤 필명은 단숨에 지어져 나를 또렷하게 표현하기도 해요.
님은 자신에게 어떤 필명을 붙이고 싶으신가요?
또 다른 이름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창문이 됩니다.
하지만 때론 필명 아래에 숨어서 더 솔직한 진심을 꺼낼 수도 있어요.
이번 레터에는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흰동가리’, ‘메론빵’, ‘못’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냐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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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과 필름 -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전과는 다르게 여러분께 인사를 건네 봅니다. 존댓말도 써보려고 해요, 정중하게. 오늘은 자기소개를 하는 날이니까요! 심도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제 필명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오다니 조금 쑥스럽고 꽤 많이 머쓱한 기분이네요.
제 필명은 위에 보시다시피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입니다. 실제로 필명을 정할 때에도 별생각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후보가 몇 개 더 있었지만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할까요? 심도를 쓴다면 꼭 이 필명을 써야지, 그런 생각을 한 번은 했던 것도 같습니다.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라는 이 무작위 단어 조합 프로그램에 돌린 듯한 조합의 필명은 제가 지어낸 것은 아니고 유래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하는 어떤 배우의 시그니처 캐릭터의 이름입니다. 동그란 타원형 얼굴 안에 점 두 개, 호선 하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 멍청하게 생겼다, 혹은 맹하게 보인다 싶은 그런 친구입니다.
너무 창의성이 없는 것 아닌가 싶지만 저도 나름의 변주를 주고 있답니다. 글을 쓸 때, 저의 상태에 따라서 ‘별생각 없’기도 하고, ‘조금 생각이 많’기도 하고... 앞으로도 제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아쉽게도 생동이(캐릭터 애칭이랍니다)를 필름으로 찍어둔 것이 없어서 여러분께 보여드리진 못하지만, 제가 가진 사진 중에서 가장 동그란 눈사람을 보내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한여름의 겨울에서, 별생각 없는 동그라미 드림.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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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과 필름 - 흰동가리
안녕하세요. 흰동가리입니다.
필명을 가지게 된 후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필명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필명을 정할 당시의 저는 거침이 없었고, 달리 말하면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제 필명이 흰동가리인 이유는 단지 제가 흰동가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흰동가리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역시 짝짝이 지느러미와 맑은 눈을 가진 니모의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맹한 눈으로 알록달록 말미잘에 몸을 부비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야생에서의 흰동가리가 말미잘과 공생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요.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독에 면역이 있어서, 말미잘의 몸속에 숨어들어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고, 그 대신 말미잘을 공격하는 나비고기를 쫓아 주며 삶을 이어 나갑니다. 이러한 관계를 보면 역시 자연이란 참 신기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집에서 키우는 양식 흰동가리의 경우 포식자의 위협이 없기 때문에 말미잘에 몸을 부비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흰동가리를 말미잘에 적응시키는 훈련을 하기도 하는데요. 훈련을 받으면서 점점 말미잘과 친해지는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여하간, 제 하나뿐인 필명에 뒤늦게야 의미를 덧붙여 봅니다. 제가 흰동가리로서 쓰는 글들은 그 아이들의 삶의 방식처럼, 당신과 저를 위한 글이었으면 합니다. 평소에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글들이 당신께도 위로로 다가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어느덧 흰동가리가 헤엄치는 푸른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무더위에 지치지 않으시길 바라며, 앞으로 흰동가리가 써 내려갈 글들을 기대해 주세요. :)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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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를 찍고 싶었지만 형체도 남지 않게 된 사진입니다. 언젠가 선명한 사진을 보여 드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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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과 필름 - 메론빵
안녕하세요, 심도 구독자 여러분. 메론빵입니다.
어느덧 메론빵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지도 꽤 오래되었네요. 처음 심도를 시작했던 vol.2 시절엔 필명을 아주 오래 고민하다 결국엔 익명의 부원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맨 처음엔 ‘익명’을 필명 같은 느낌으로 사용했었답니다. 당시 필명으로 고민하던 저에게 그냥 필명을 ‘익명’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며, 모두에게 필명이 있고 너만 ‘익명’이 되면 그것이 너만의 필명이 되지 않겠냐고 말을 해준 친구가 있었어요. 물론 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원들이 있었는지 ‘익명’은 저 혼자만의 필명이 아니었지만요…
이후, 심도 vol.3을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필명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심도를 쓰는 부원들에게도 필명의 유래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자신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의 이름으로 정하기도 하는 걸 보며 제 이름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고, 무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던 것 같아요. 사실 금방 정하려면 정할 수 있지만, 심도를 쓰면서 이 글은 나에 대한 것이고,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필명도 나를 나타나낼 수 있는, 나만의 특징이 드러난 필명을 가지고 싶단 생각이 컸어요.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고르게 된 필명이 바로 메론빵이랍니다.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거북이’라고 불렸는데요. 당시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던 친구가 달리기가 아주 느린 저를 보고 거북이라고 부르던 게 중학생 때까지 이어지면서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진 별명이에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은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자주 부르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불리는 것이 익숙해졌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거북이라는 동물을 보면 유독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거북이가 생각나는 초록색이나, 거북이의 등껍질과 닮은 메론빵,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동화 속의 모습과 같은 거북이와 닮은 무언가 혹은 관련된 것에게도 애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필명을 메론빵으로 정하게 되었답니다. 이 ‘메론빵’이 ‘거북이’를 이어 새롭게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된 것만 같아 즐겁기도 해요. 오랜 시간 불려 온 별명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귀여운 어감이라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만약 심도 구독자 여러분도 필명을 짓는다면 어떤 필명으로 하고 싶으신가요? 언젠가 여러분의 필명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칠게요.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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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초록이 가득한 곳은 한 번 더 시선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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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과 필름 - 못
안녕하세요 못입니다 -
저의 편지는 늘 이렇게 시작하곤 해요. 오늘은 인사말과 함께 늘 따라붙는 저의 필명 못과 이름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 시옷과 미음
어릴 적 저는 저의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 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늘 있었을 정도로 흔한 이름이어서요. 그리고 이름이 무언가 저랑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이름에는 둥그런 구석 없이 각진 모양으로 닫히는 발음만 있어요. 저는 둥글둥글 잘 물러 버리는데도요. 저도 뾰족하고 각진 시옷과 미음처럼 똑 부러지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구석이 부족해서 이름으로나마 채워주시려던 걸까요.
누구 하나 알려준 적이 없는데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곳에서 만난 수많은 친구들은 저의 이름을 줄인 숨이라는 애칭으로 저를 불러주어요. 그 덕에 이름이 좋아졌어요. 사람에게는 숨이 꼭 필요하듯, 숨도 나에게 그러하다던 말도, 내뱉고 들이마시는 숨처럼 나도 많은 걸 채우고 비웠으면 좋겠다던 이야기도 모두 저의 이름을 소중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지난가을 심도에 참여하게 되면서 님께 부칠 편지의 발신자명을 고르고 있었어요. 자주 불리는 숨으로 필명을 정할까 하다가 저인 게 너무 바로 표 나는 것 같아(근데 다 말해버렸네요…) 숨의 초성과 종성을 뒤집고 모음을 한 바퀴 돌려보았어요. 그렇게 못은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답니다. 연못의 못 같기도, 많은 곳에 함께할 수 있는 부사 같기도 한 내가 나에게 붙여준 나의 이름, 못이 참 마음에 들어요!
저는 님을 무어라고 부르고 있나요? 가지고 태어난 이름이 아닌 불리고 싶은 또 다른 이름을 수신자명에 넣어두셨을지 궁금해요. 이름은 우리가 살면서 아마 가장 많이 들을 단어겠죠. 불리고 들려올 그 모든 이라는 음성에 사랑이 가득하길 바라며, 따뜻한 마음을 담아 -
수신자 님께
발신자 못 드림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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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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