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같은 꿈이다.
낡은 화방. 불투명한 통창에 햇빛이 비친다.
내 몸집의 2배는 넘을듯한 캔버스. 낮고 동그란 원목 의자.
언제 잠에 든 거지, 생각하며 평소와 다른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울로 확인하지 않아도 현실보다 훨씬 어리다는 게 느껴졌다. 화방은 먼지와 잡동사니가 가득했지만, 따스하고 아늑하다.
이전과 같은 감상을 하며 마음속으로 초를 셌다.
‘3…2…1.’
눈을 뜨면 옆자리엔 늘 같은 아이가 앉아있다.
검은 바가지 머리를 한,
붓을 든 채로 맑게 웃으며 말을 건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그림 그리자, 고 말하는 것 같다.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는데, 단 한 번도 간 적 없는 화방과 만난 적 없는 소년이 나오는 이 꿈은 5년에 걸쳐 나에게 보여진다.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일까, 기억하기 위한 것일까.
처음엔 멀리서 화방 속의 나를 바라보는 꿈을 꾸었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그렸다. 꽤 긴 시간이 지나 흐릿해질 때, 또 꿈을 꾼다. 작은 소년과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화방에서 웃고 있었다. 화방 안에서 셋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같은 꿈을 꾼 것이다. 분위기와 느껴지는 생각은 늘 비슷했다. 고요하고, 부드럽고, 또 따스하다.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빛이 바랜 화방에서 웃었다.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일어났을 때 매번 눈물 자국이 있었다. 마음이 이상했다.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분명히 무언가를 본 것 같은데, 타버린 필름처럼 기억이 하얗게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꿈에서 보지 않았던 것 같은 장면이 내 멋대로 재구성되어 재생된다.
경험한 적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기 위해 잠에 들었는가. 이제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