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마주하여 누구보다 눈부셨지만, 동시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나를 혼란케 했던 순간.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언제나 눈이 부셔 잘 보이지 않았고,
찾아왔던 마음은 빛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누누이 역광은 피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여기 용감히도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서 이야기한 세 사람이 있습니다.
냐홍, 익명의 부원 그리고 매실의 솔직한 진심을 보내드립니다.
진담 드림.
#1.
글과 필름 - 냐홍
벌써 5월 끝자락입니다.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더욱더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 셔터를 눌러야 할 계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여름의 태양은 때로 피하고 싶을 만큼 뜨겁지만, 그럼에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빛을 마주하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역광(逆光)은 말 그대로, 거슬러 들어오는 빛입니다. 피사체가 태양을 등지고 있을 때, 사진가는 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촬영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현상이 사진에 나타납니다.
먼저, 역광 상황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피사체가 어둡게 나오고 형태만 드러나는 ‘실루엣’입니다. 다음으로, 빛이 사진 전체에 번지면서 부드럽게 흐려지는 현상인 ‘할레이션’이 있습니다. 선명함은 다소 줄어들지만, 빛이 감싸는 따뜻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플레어’는 태양이 렌즈에 직접 들어오면서 동그란 형태 혹은 고리 형태로 파동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일반적인 촬영에서 실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의도에 따라 하나의 표현으로 재해석될 수 있어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지.
어떤 순간을 남기고, 어떤 감정을 담을 것인지.
빛을 다루는 모든 선택은 사진가의 몫입니다.
다가오는 여름, 태양빛에 맞서서 님만의 의도를 담은 역광 사진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추신. 선크림을 잊지 마세요!🌞
#2.
글과 필름 - 익명의 부원
역광은 빛이 뒤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사진가는 빛을 마주하고 진정으로 빛을 등진 건 피사체이다. 광선과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뻗으면 빛이 충분히 스며들어 제빛을 발하는 세상이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세상을 보고 있자면 문득 겁이 난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렇게 편안하게 보면 안 될 텐데. 자고로 진실이라면 쓰고 매워서 찡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텐데. 선명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금 내 뒤에서 분명하게 내리쬐는 광원에 대해 처음으로 궁금해한다. 사실 궁금증은 초면이 아니다. 무시하지 않기로 한 게 처음이지. 아는 게 힘인지 모르는 게 약인지 묻는 유구한 양자택일에 아프더라도 알아야 마땅하다고 쉽게 답했지만 지금 자세는 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고. 모순을 모른 척하고 싶어지자 가중되는 비겁함의 무게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선. 그림자가 나보다 길게 늘어나 있다. 사진가의 눈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그것 같은 카메라 렌즈가 눈 깜빡임 없이 날 직시하고,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다만 사진가도, 카메라도, 모두가 보지만 나만 등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쩐지 절박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투명한 세상이 있었다. 가는 잎맥 하나도 숨기지 않고 뚜렷하게 저를 내보이는 투명함. 눈을 찡그리더라도 눈을 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