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필름 사진 정동아리 찬빛입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을 보여주는 필름과,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들려주는 이야기.
결과를 알 수 없는 사진은 어쩌면 ‘기록된 우연’.
그 우연적 순간에 우리는 몇백 자의 ‘기억된 의도’를 더했습니다.
우연과 의도를 고이 접어 정성스레 드린 편지가
어느덧 99번째를 지나 마침내
오늘, 지금,
님께 닿았습니다.
필름에 상이 맺히듯 100통의 편지가 님의 마음속에도 빛을 남겼길 바라며,
심도의 100주차 기념 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이 작은 편지에 마음을 기울여 주시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진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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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빼곡하게 찬란할 우리의 롤을 감으며
글 - 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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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못입니다. 벌써 심도가 100주차를 맞이하였네요. 그간 심도의 기록을 함께해 주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0주차를 맞이하여 찬빛과 심도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찬빛에 들어오기 전, 저는 취미가 없었답니다. 제 전공은 예술과 창작과는 아주 거리가 먼 딱딱한 내용을 배우는 전공입니다. 그래서인지 원래 불확실한 걸 별로 안 좋아했고, 실수하는 것도 무척 싫어했어요. 도전보다는 익숙한 길을 가는 게 편했죠. 그런데 찬빛에 들어오고 나서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필름 카메라는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예상 못 한 사진이 멋지게 나올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 묘한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실수 같았던 사진이 오히려 특별한 느낌을 줄 때도 많았거든요. 덕분에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고, 그게 사진뿐만 아니라 제 일상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이제는 사진을 찍으며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너무 즐거워요. 필름을 현상하고 한 장 한 장 들여다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그렇게 찬빛이 저한테 정말 큰 의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찬빛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찾았고, 도전을 조금은 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필름을 감으며, 심도를 써내려가며 더 많은 순간을 기록하면서, 즐겁게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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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을 담아,
글 - 매실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쓰는 걸 두려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읽기 좋게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손바닥은 땀이 나고, 모호한 생각을 명확한 글자로 바꾸는 작업은 고단했지요. 겨우 글을 완성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무 데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시절이 오랫동안 이어졌어요. 쌀쌀했던 2년 전 봄, 심도 모집 공지를 보고 잠시 망설였으나, 그래도 아직은 글쓰기를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 작은 용기를 내고 지원했습니다. 찬바람 부는 고향을 거닐었던 이야기가 제 첫 번째 심도였는데, 글을 적을 당시에 왠지 모르게 편안했어요. 저만의 시선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는 글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필명을 사용하니 부담감도 덜했고요. 원고를 준비하고, 발행된 심도를 구경할 때마다 혼자 간직했던 장면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떨리긴 했어도, 곧 설레는 마음이 더 커졌답니다.
저 역시 매주 발송되는 심도를 챙겨 보며 다른 작가분들의 필력에 감탄했고, 이처럼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다듬어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제 심도에 대한 따뜻한 칭찬을 받았어요. 그동안 부족하고, 부끄럽게만 느껴졌던 제 글을 누군가 인상적으로 읽었다고 하니 하늘을 날아다닐 듯 기뻤습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완벽을 강요해왔던 걸지도 몰라요. 솔직한 마음을 응시하면 좋은 글을 적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내 글 괜찮다!’라고 만족할 수 있는데 말이죠.
심도는 분명 디지털 상으로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이지만 손수 적은 편지에 사진을 붙여 우체통에 넣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고심해서 적은 문장과 정성을 담아 찍은 필름 사진에는 작가들의 진솔한 마음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에요. 편지 속 날것의 감정도, 서투름과 깨달음도 모두 모여서 저마다의 빛을 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편지가 구겨지지 않게 담는 편지 봉투처럼 심도 곳곳의 디테일에 신경 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심도가 섬세하게 완성된다는 걸 늘 기억하고 있답니다. 숨 가쁜 평일의 마지막 날 저녁, 귀한 편지를 꺼내 읽는 순간이 참 소중했습니다.
2024년 4월에 제작된 책 ‘심도(SIMDO)’(Vol.1~3) 또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완성된 책을 마주했을 때, 그 조그마한 책 주변이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 차 보였어요. 디지털 공간에서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들이 다시 책으로 엮여 현실 세계의 작가와 독자, 서로의 손끝에 닿은 순간은 마법처럼 아름다웠지요. 이런 복합적인 감동을 선사해 주고, 소중한 책을 만들어주신 제작 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심도를 지금까지 적을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바로 찬빛 부원들이었어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함께 출사하며 웃고 떠들었던 추억은 할머니가 된 날에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잠시 힘이 풀려도 마음을 다잡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같이 수많은 추억을 쌓고, 오래오래 기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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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千里共婵娟
글 - 익명의 부원
심도의 100번째 이야기를 기념하기 위해 펜을 듭니다. 생일 축하 편지보다도 일방적인 러브레터가 될 거란 예감이 듭니다.
세계 어디서든 같은 달을 볼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시차는 있을지라도 오늘의 달 모양은 같은 것처럼, 지구 어디서든 매주 금요일 같은 타이밍에 받아보는 심도는 지난 1년 간 제게 큰 위안이자 행복이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찬빛 활동을 하지 못했을 때에도, 8시간이라는 시차와 9,000km라는 거리가 무색하게 심도를 잘 챙겨 읽었습니다. 아침 8시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트램에서, 점심 준비를 하며 공용 주방에서, 할 일을 하러 간 카페에서 심도를 읽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심도를 읽을 때면 찬빛 부원들과 같은 모양의 달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이번 5월에 찬빛의 세 번째 전시가 예정되어 있듯, 작년 5월에도 찬빛의 전시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교환학생 생활 중이어서 전시를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는데 그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 부원이 저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부원들의 멋진 사진과 열심히 꾸민 전시 공간, 그리고 몇몇 부원들의 얼굴까지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천 리 밖에서나마 함께 달을 보는(千里共婵娟) 것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찬빛과 함께할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써 준 찬빛 부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에, 그 하고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현 고등학교, 그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대사를 최근 SNS에서 보았습니다. 휴대폰 카메라가 이렇게나 발전한 시대에 필름 사진으로 모인 찬빛이, 그리 크지도 않은 동아리의 메일링에 애정을 보내주시는 심도 독자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열한 개의 심도 글을 쓰며 느낀 점은 아무리 “이게진짜최종정말로”라는 이름으로 글을 저장해도, 읽는 사람이 없다면 글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도를 기획한 찬빛 부원들, 매주 욕심내어 멋진 글과 사진을 소개하고 다듬는 메일링팀, 심도의 중심을 잡아준 세 명의 메일링팀 팀장들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지만, 무엇보다도 심도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능하다는 게 더 놀라운 확률로 만나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어준 찬빛과 심도 구독자분들께 느끼는 감사함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서, 다만 함께여서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오늘도 함께 달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이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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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사, 쉼표, 위로•••
글 - 냐홍
성북천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우리는 심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공간에서, 필름 사진과 글을 함께 담아 전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찬빛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해져 이 메일링 서비스를 만들었다. 찬슬, 희월, 감도, 잔월, 찬광… 수많은 이름들이 오갔고, 마침내 ‘심도’라는 이름이 남았다. 필름의 초점이 깊어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 또한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100회차를 맞이했다.
심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듯, 우리는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른다.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간 글들, 고심하여 고른 필름 사진들, 그리고 그것을 받아본 수신자들의 따뜻한 공감과 응원이 모여 비로소 심도가 되었다. 그렇게 심도는 만들어졌고, 매주 누군가의 메일함 속에서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우리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심도 12주차, 한 수신자가 보내온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 문장은 막연함 속에서 확신이 되어주었고, 필자로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갈 때마다 내 안에서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반드시 찬란할 수도 없지만 찬빛과 심도에게는 그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만드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어요. 그 힘을 전해받는 수신자가 항상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심도는 누군가에게는 주말을 시작하는 인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쉼표,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밤을 함께하는 위로가 된다. 우리가 전하는 사진과 글이 더 먼 곳까지 닿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도 이 인사가 전해지고, 쉼표가 되며, 위로로 스며들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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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bitt & SIMDO
- 찬란히 이어질 영원의 조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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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 못, 매실, 익명의 부원, 냐홍
100주차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심도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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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도 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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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이를 전할 수 있어 기쁜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나눌 수 있는 청춘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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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김수경 박유영 조현진 홍희서
교정 이지민 정유민 홍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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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의 100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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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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