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은 청소를 좋아하신다.
나도 그런 부모님을 닮아 깔끔함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자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자취를 시작하고, 예쁜 인형을 모으기 시작한 이후-물건의 배치와 보존에 병적으로 집착했고,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은 결과 ‘강박증’을 진단받았다.
나는-원하는 것은 무조건 가져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눈앞에서 치워 버려야 편안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강박은 무엇인가? 이것은 언제나 불안에서 온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할 때 강박이 시작된다. 원인은 천차만별이지만, 정돈되지 않은 공간은 특히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다.
‘정돈되지 않음.’ 삐뚜름하게 꽂힌 책이나 서랍 앞으로 튀어나온 물건, 어느 순간 질려 버린 독특한 컬러의 소품. 자꾸만 시각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를 없애 버리고자 결심한 건 몇 달 전 어느 날이었다.
1. 규칙을 세우다.
- 소품을 모아도 결국 질려 버리므로, 앞으로 소품 구매는 자제한다. 더 이상 짐을 늘리지 않는다.
- 가장 맘에 드는 것들만 꺼내 두기로 한다. 나머지는 ‘뚜껑 있는’ ‘불투명한’ 서랍장에 들어간다.
- 방 안에 가구는 침대 포함 4개까지만 가능하다. 모두 단색으로 통일한다.
2. 미련을 버리다.
나와 같은 오타쿠에게는 필연적으로 비움의 시간이 도래한다. 생각 없이 모은 물건들을 버릴 때가 왔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오타쿠’라는 독특한 속성은 치명적이다. 언젠가는 전부, 질려 버리고 만다. 때문에 미련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 예쁘고 빛나지만 가치 없는 것들. 결국엔 질려 버린 모든 것들. 물건을 정리하면서 물질에 집착하던 나를 회상하고 반성하며 마음을 청소한다.
3. 지금 실천하다.
“나의 공간을 구성하는 철학은 무엇인가?”-철학은 어려운 말이지만 단순하다. 깔끔한 것, 정신없는 것, 네모난 것, 흰 것, 다양한 것... 그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나는 네모나고 흰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모든 가구가 희고 네모나다. 희고 네모난 것들 위에 가장 아끼는 것들만 올려둔다.
미련을 버리는 순간은 어렵지만 가치 있다. 매번 새로운 생각과 관심사가 서로 부딪히지만, 점점 정제되어 가는 나의 취향을 만끽하며-결국 나는 내가 추구하는 하나의 길로 가게 되어 있다.
Film.